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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하진 Mar 22. 2023

마케팅의 힘인가 : 블랙이 좋은 곳으로.

 


 의사도 아닌 사람이 치료를 잘하는지 평가를 한다고 한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치과위생사로 짬이 길어지다 보면 아, 이 분이 치료를 잘하시는 분이구나, 과잉진료를 하시는구나 그런 것에 대한 대강의 판단이 선다. 그리고 여러 치과위생사 선생님들과 만나는 기회를 통해 동네 구석구석 병원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우리 병원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대강 이렇다. ' 쿨한 원장님 / 모든 직원이 친절한 병원 / 스케일링을 잘하는 병원 / 과잉진료 없는 병원' 그래서 동네 다른 병원 원장님들이 우리 원장님을 싫어한다고 한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은 신도시이다. 열정이 넘치는 많은 원장님들이 개원을 하기 위해 달려들었고 실제로 징그럽다고 생각될 만큼 편의점 수보다 치과 수가 훨씬 많다고 느껴질 정도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병원이 마케팅의 힘을 빌린다. 맘카페에서 '어느 병원을 추천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면 마치 진료를 받았던 사람인 것처럼 '어디가 좋아요~' 이렇게 댓글로 환자를 유인하기도 하고, 대놓고 초저가 수가를 광고하면서 환자를 유인한다. 실제로 그런 마케팅을 하는 병원들의 진료 퀄리티가 좋다면 문제 될 것이 뭐가 있겠냐만 문제는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는 사실이다.


치과위생사들 사이의 커뮤니티가 있다. 치과위생사들도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일하기 때문에 과잉진료를 하거나 진료를 못하는 또는 양심에 벗어나는 진료를 하는 의사들과는 근무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나쁜 병원은 소문이 나는 편인데, 참 재밌는 사실은 동네에서 주민들의 평가는 완전히 다른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치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잉진료와 과소치료를 하지 않고, 적기에 치료를 할 수 있게 진단을 하고 오래 쓸 수 있도록 치료를 해주는 것이다만, 실력은 없는데 장비만 최신식이고, 인테리어가 반짝반짝 예쁘고, 규모도 큼직하니 심지어 말도 잘한다. 당연히 일반인은 속사정을 모르니 믿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 고민되는 현실이다. 정당한 진료수가를 책정해서 양심에 맞게 진료를 하면 초저가 병원에 밀려 다른 데는 비용이 이렇게 하는데, 여긴 왜 이렇게 비싸요?라는 이야기와 함께 나쁜 병원이 되는 것이고, 현실과 타협해서 낮은 수가에 그에 맞는 퀄리티의 진료를 해주고 끝내기엔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데, 병원이란 매출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곳이니 어쩌란 말인가. 우리 병원은 초저가 경쟁의 시대 속 정당하다 여기는 수가와 높은 퀄리티의 진료를 모토로 운영하고 있다. 당장의 적은 비용으로 짧게 몇 년 쓰고 마는 진료가 아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치료. 그래서 그럴까 요즘은 인근 초저가 덤핑 치과 때문에 운영에 불안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몇 년 전 압구정의 모 치과 사건을 아는가 모르겠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던 교정 병원의 폐업사건.

그곳도 멋들어진 인테리어와 초저가 비용, 겉보기엔 훌륭한. 해당병원이 폐업을 하고 나서 생긴 떠돌이 환자들이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도 찾아왔었다. 엉망진창이라고 표현하면 딱인 구강상태. 차라리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은 상태로 왔으면 쉬웠을 치료가 엉망으로 진행된 치료 덕분에 오히려 더 재건이 까다로워진 케이스가 많이 있었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지역에도 그와 비슷한 대형 병원이 생겼다. 말도 안 되게 저렴한데 치료도 잘한다는 동네의 소문. 심지어 맘카페에 홍보광고를 하고 있고 맘카페가 홍보를 승인하여 신뢰를 올려주는. 궁금하다. 몇 년 뒤 그 맘카페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홍보에 동조했던 책임을 어떻게 질 까. 이미 치과계에서는 3-5년 뒤 과거 압구정의 모치과의 전처를 밟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다.


치과치료는 특성상 치료를 받는 혹은 받은 1-3년 정도 사이에는 진료의 퀄리티가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진정성 있게 치료를 하는 의사들이 일부의 양심 없는 사람들에 가려 치과는 덤터기를 씌우고 과잉진료를 하는 나쁜 병원이라고 손가락질받는 모양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 5년 뒤 이 지역 사람들의 구강건강이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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