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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남 Apr 18. 2023

5. 카사블랑카에서 온 소녀

삼십 년 만에 다시 음악을


택시영업을 하면서 점차 늘어나는 외국인관광객은 영업에 도움이 되었고, 특히 한국에 처음 온 영어권 외국인은 택시기사가 영어를 약간만 해도 상당히 반가워했다.

반면에 황당한 일도 있었다.


아마도 2010년경 으로 생각된다.

한 번은 야근 중 서교동사거리에서 한국여성 세명과 외국인 남성 한 명이 택시에 올랐다.

그들은 약간 술이 취한 듯했고, 강서구청옆의 먹자골목에 가자고 했는데 간단한 영어를 하며 시끄러웠다.

차가 양화대교에 올랐을 때 좌측 방향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물 주변으로 하늘을 향해 조명이 환하게 비추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내일이 7월 17일 제헌절 전야제 행사로 국회의사당 주위에서 조명을 하늘을 향해 비추고 있는 것이었다.

뒷좌석 가운데 앉은 외국인이 탄성을 내며 물었다.

'우와, 저 건물이 아주 아름답네요. 무엇인가요?' 하고 말하, 조수석에 앉은 아가씨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코리아 화이트 하우스!'

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오우 노우! 댓스 셔날 에쎔브리!'라고 했다.

그러자 모두들 놀랐고, 외국인이 '오우, 드라이버! 유아 베리 스마트!'라고 했다.

택시기사가 영어를 잡아주자 여성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고 침묵으로 차 안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나는 '아! 모른 척할걸 내가 실수를 했네.' 생각하며 후회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그들이 내리고, 택시를 기다리던 중년의 남자손님이 차에 올라 구로동에 가자고 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기사님, 조금 전  내린 손님들은 어디서 탄 손님들 인가요? 외국인 남자 한 명에 한국여자 세 명이 무슨 관계인가요?'

나는 '아마도 홍대 근처에서 탄 것으로 보아, 클럽에서 처음 만나 사귀어 어울린 것 같습니다. 요즘 한국여성들이 영어회화를 배우려 외국남성을 사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러자 손님은 '여성들이 영어가 익숙하던가요?' 하며 묻자, 나는 조금 전의 해프닝을 얘기해 주었고, 모른 척할걸 그랬다고 하니 손님은, '만일 기사님이 모른 척했으면 그 외국인이 국회의사당을 대통령궁으로 오해했을 것 아닙니까? 기사님이 잘 정정해 주셨어요.' 하며 칭찬하시더군요.


어느 토요일 정오에 나는 여의도역에 줄을 섰다.

내 앞에 빈 택시가 다섯 대 대기 중이었는데 여의도역에서 나온 한 외국여성이 택시기사에게 A4 용지 종이를 보이며 묻는 것이 보였다.

그러더니 다음 택시로 옮겨가서 또 종이를 내밀었다.

나는 아마도 영어로 된 서류의 단어가 기사들이 알기 쉽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또다시 그녀가 다음 택시로 갔을 때, 결국은 나에게로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그녀가 내차 옆으로 왔을 때 나는 그녀에게 영어로 '일단 차에 타세요.' 하자, 그녀는 얼굴이 환해지며

'오우,  스픽 잉글리시!' 하며 놀라며 조수석에 올랐다.

종이를 읽어보니 인터넷으로 예약된 K-POP 공연 티켓이었다.

거기에는 공연장소가 이렇게 씌어  있었다.

SEOUL OLYMPIC PARK (GYMNASTICS STADIUM)

나는 잠실에 위치한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체조경기장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오케이, 짐네스틱스 스타디움! 렛스 고우!' 하며 알았다고 하자, 그녀가 '베리 굳!' 하며 엄지손가락을 나를 향해 올리며 좋아했다.

그녀는 많아야 19살 정도 소녀로 보였다.

나는 곧바로 63 빌딩을 지나 올림픽도로에 들어섰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모로코'

'K-POP을 좋아하나요?'

'너무너무  좋아해요.'

'모로코 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어요. 혹시 카사블랑카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그런 영화는 못 봤는데요, 제가 카사블랑카 시에 살아요.'

'아! 그렇군요. 이 영화는 1942년에 개봉한 미국에서 제작된 흑백영화인데요, 2차 세계대전 직전 중립국인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 나치스를 피해 제3 국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모이지요. 카페의 사장인 미국인 릭은 오래전, 파리에서 그를 버리고 떠난 여인이 반나치 운동가인 남편을 데리고 찾아와  탈출을 도와달라는 요청에 난감해하지요. 그들을 도와주면 자신이 위험해지는 것을 알면서도 릭은 옛 애인과 그녀의 남편의 탈출을 돕는 스토리이에요. '

'네, 재미있겠네요. 꼭 한번 검색해서 볼게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1980년대 버티 히긴스라는 미국 가수는 이 영화를 야외극장의 차 안에서 연인과 함께 보다가 음악의 영감이 떠올라 노래를 만들었는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유행이 됐었어요. 이곡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어 한국가수들도 가사를 번안하여 히트곡이 됐었지요. 가사 내용의 1절은 대충 이래요.


달빛아래 자동차 야외극장의 차 안에서 

너와 나는 카사블랑카 영화를 보며 사랑했지

별빛 아래 팝콘과 콜라는 샴펜과 캐비아 같았고

우리는 사랑했지, 길고 뜨거운 여름밤에.'

 

'우와! 너무 멋있어요! 영화와 노래, 모두 검색해 감상해 보아야겠어요.' 하며 그녀가 감탄했다.

영동대교를 지나 언덕을 오르자 저 앞에 잠실 주 경기장이 나타났다. 

그녀가 놀라며 '우와! 다 왔네요?' 하자, 나는 '저 건물은 올림픽 주 경기장이고 체조경기장은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데 약 3 킬로미터는 더 가야 해요.'

라고 하니 그녀는 놀라워하며 '서울이 정말 넓어요. 모로코 전체 만한 것 같아요.' 하였다.

그녀를 내려주고 오는 길에 한국의 젊은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러 외국에서 한국까지 오는 팬을 보고 K-POP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젊은 시절 음악할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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