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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린 Apr 22. 2023

Part2. 프랑스 빈티지 마켓

생투앙마켓(Saint Ouen Flea Market)

오래간만에 여행을 하는 탓에 모든 게 생소했다.


‘이렇게 마스크를 벗고 다녀도 된다고?’

’이거 마치 나를 위해 준비한 세트장 같은데…‘


환승을 위해 도착한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스무디와 시나몬롤을 먹으며 지나다니는 외국인을 구경했다.

‘아무래도 현실이 아닌 것 같아…’ 중얼거리며 나는 기쁨의 미소를 질질 흘렸다.


마침내 도착한 샤를드골공항은 작고 아담했다. 북유럽 드라마에서 본 듯한 붉고 흰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정말 믿기지 않아..’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보니 어느새 전철티켓창구 앞이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유심을 갈아 끼우고 구글지도에 숙소주소를 입력했다. 파리 중심가에서 북서쪽 위에 위치한 쿠르브부아가 목적지였다.


많은 짐을 이고 지고 전철과 트램을 번갈아 탄 후 울퉁불퉁한 도로를 10여분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

“Hello!”

집의 주인 코린할머니가 반겨주었다.

코린은 진한 분홍색 니트 집업을 걸치고 밝은 청바지에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사진에서보다 길게 자란 머리는 하나로 질끈 묶었고 얼굴과 옷에 흙이 묻어 얼룩덜룩했다. 이곳저곳 소개도 받기 전에 코린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무얼 하고 있었어요?“


코린의 집은 아기자기하고 엉뚱함과 천진함이 묻어나는 낡은 집이었다. 에어비앤비 소개글엔 나오지 않았던 지하실에 코린의 작업실이 있었다.

“I have a sudio downstair. Do you want to see?”


고개를 숙이고 계단을 내려가니 작업대와 작은 가마까지 둔 작은 도자작업실이 있었다.

나는 코린과 집 전체를 당장 사랑하게 되었다. 나의 꿈과 소망인 작업실과 정원이 딸린 2층집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며 살다니! 딱 코린처럼 늙고 싶어졌다.

‘코린 내 꿈은 당신이에요!’


나는 그녀의 집만큼 아기자기한 나의 방에 짐을 풀고 샤워를 마쳤다.

해가 지기 전에 당장 다녀와야 하는 곳이 있었다.

파리의 빈티지 마켓 중 가장 크다는 생투앙 마켓(Saint Ouen Flea Market)에 갈 작정이었다.

프랑스에 도착한 날은 토요일 오전. 주말에만 열리는 빈티지 마켓을 들리려면 오늘과 내일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큰 정보 없이 무작정 찾아간 터라 길을 헤매고 말았다. 특별한 것 없는 길목에서 서성이며 상심하고 있었다.

‘내가 이거 보려고 왔다고? 잔뜩 늘어진 가판대는 어딨는거야?’

비가 추척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흔한 대리석 가구나 유화그림을 파는 상점들 사이를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그때 좁은 골목에서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었다. 이국적인 냄새가 확 풍겨오는 수상쩍은 그 길로 몸을 돌렸다.

‘이거지!’


인도향을 피우는 히피 스타일 빈티지 의류가게,

각종 낡고 오래된 액자를 늘어놓은 가게,

전등만 모아놓은 전등가게,

앤틱 식기와 독특한 유리병을 모아놓은 가게,

다양한 천과 스카프, 옷가지를 파는 가게,

특이한 소품만 모아놓은 가게 등


나는 이 골목을 단번에 사랑하고 말았다.

프랑스에 도착한 지 겨우 여섯 시간만이었다.



비가 내려 손님이 적었고 한산했다. 운치있는 그 골목을 하나하나 탐험하면서 나는 계속 중얼거렸다.

‘너무 좋아. 너무 좋아..’


각종 천과 옷, 소품을 파는 가게에서 파란 스카프와 낡은 가죽가방을 샀다. 가죽가방에 달린 손으로 쓴 가격표가 좋아 떼지 않고 달고 다녔다.

주인할머니에게 스카프를 메어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은단발의 주인할머니가 웃으며 스카프를 목에 걸고 매만져 주셨다. 다정함을 한껏 안고 다음 가게들로 향했다.


다 낡은 상자를 웃돈을 주고 팔려는 아저씨를 지나

머리를 한쪽으로 딴 예쁜 프랑스 여인의 가게에서 천사가 그려진 틴케이스를 샀다.


비가 점차 많이 내렸고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절반도 안 돌아본 것 같은데..’

속이 쓰리기 시작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조금이라도 더 보려는 마음으로 골목을 누볐다.


그때 보았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흰머리를 양갈래로 곱게 따고 캐쥬얼한 재킷과 모자를 쓴 채 쟈켓을 정리하던 제프 할아버지를.

할아버지도 인상적이었지만 나는 빈티지 쟈켓 특유의 파란 색감이 맘에 들어 가게로 들어갔다.

이것저것 입어보는 나에게 여러 종류의 쟈켓을 더 건네주던 할아버지.

“이거로 할게요”

지갑을 탈탈 털어 25유로에 쟈켓을 구매했다.

힙한 제프할아버지와 인스타친구를 맺고 나니 저녁이었다.


파리에 온 지 하루도 채 안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캐리어에 한 짐이 더해진 만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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