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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늘보 May 03. 2023

벌거벗은 부부(장)사-가족경영

은인은 두 남자였더라~

남편은 낮에는 회사에 가서 일을 했고 퇴근 후는  자금을 투자한 오너답게  임시 사무실부터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를

해서도 그곳으로 출근을 했다.

얼마 후 회사 버스로는 자신의 역량의 부족을 느꼈는지

빠른 퇴근을  위해 오토바이를 사서 새 사무실로 달렸다.


퇴근 후 남편은 다시  출근이고 출근 후 퇴근시간을 꿈꾸던 제부는  퇴근시간마다  사무실로 오는 형님을 맞이하며 10,11시 넘겨서까지 대화를 이어갔다.


빚을 내서 투자한 사람의 심정은

뭐든 잘되길 바라는 마음과 자신이 시작한 일에 성공의 열정이었으리라 본다. 


한편 우리의 사장님 제부는 시작 후 몇 개월을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서 준비하고 하는 일들이 많이 힘들고 지친 듯했다. 언제나 칼퇴를 하며 가족들과 저녁을 같이 하던 사람이 많걸 내려놓고 일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동서지간이 함께 매일 늦은 시간까지

열띤 토른을 했음에도

둘의 의사는 제대로  전달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둘의 갈등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한 번씩 전해지는 대화를 양쪽에서 들어보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장사든 사업이든 시작을 할 때는 볼펜 한 자루, 작은 메모지부터 통신비, 주유비, 식대, 사무실 통신, 장비들, 프린터기, 카드 단말기지 사비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사업자가 다 챙겨서 해야 할 일이라는 것도 전혀 몰랐었다. 단순한 사무실을 개업하는 것도  그냥 되는 게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물건만 들여 잘 팔면 되고 이 제품은 괜찮은 물건이기 때문에 안 팔리면 누군가에게 넘기고

손을 놓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에겐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장사의 기본도 모르는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망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을 만큼 가슴을 쓸어내린다.


남편이 생각한 손익 분기점은 단순한 이익만 계산된 큰 착오였던 것이었다. 인건비, 홍보, 가게 월세까지

생각지 못한 예산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두 사장님의 멘탈까지 삐그덕 대기 시작했다.

모두 빚으로 시작한 일들이 가장 기본적은 세무 관계에서 부터 잘못된 계산으로  두 사람은

기대만큼의 이익을 가져갈 수 없었다.

일은 하는데 생각보다 적은 월급사장님,

투자한 돈만큼 거둬들이지 못하고 나가는 돈이 더 많은 현실사장님,

누가 더 힘들었을까?


야침 차게 무엇인가를 해내겠다고 했던 두 사장님은

출, 퇴근 시간부터 휴일, 그리고 서로 간의 건드리면 터질 말 못 할 불만을 점점 키워갔다.

경제적 부분에서 물러서 있던 제부는 자신의 결정권이 점점 줄어들면서 주어진 일만 하게 되었다.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을 지켜보던 남편은 회사를 다니면서 힘든 지점의 고비를 넘기기 위해

또 다른 일을 만들어야 했다.


3년을 계약한 사무실 이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이 점을 봤다. 아마도 힘들어하는 제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점을 직업으로 가지고 계신 분이 조만간 은인이 나타날 거라고 했다고 나에게 전했다.

이 사업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 그 사람들 중 누굴까 우리 두 자매는 기대에 차서 기다렸다.

 

드디어 왔다. 그 사람이...

정말 점괘가 맞았던 것 같다.

그 사람은 이곳에 집이 있었고 시골에 별장이 있다고 한번 와 줄 수 없겠냐며

전체 공사를 맡기고 싶다 했다. 점잖은데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는 않으면서도 젠틀하게 사람을 대했다.

자신의 별장에 한번 와서 견적도 봐주고 시공을 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해 도시에 제일 비싼 아파트 동호수를 이야기하며 거기도 우리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 이 사람이 은인이구나' '아직 초보인 우리에게 그런 시공을 맡기다니...'

그때 조명이라는 사업을 잡은 지 3개월도 안 되었을 때이니 대단한 거물을 물었다 했다.

그렇게 우리 제부와 남편은  

뽑은 지 얼마 안 된 제부의 빨간 SUV를 타고

그 시골 대 저택을 상상하며 경상도와 전라도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길을 부푼 마음으로 달렸다.

우리가 사는 남쪽 섬 저녁노을

늦은 시간 혼자 보내기 그렇다면 굳이 혼자 가겠다는 제부를 기다리라 했다.

그때 드는 나의 생각은 그 은인을 자기도 맞이하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게 아닐까 했다.

남편의 5시 퇴근 후 한참 고무된 모습으로 사무실을 나갔던 두 사람은

10시가 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11시쯤 돌아온 남편은 어이없음 반  화남반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 은인께서는 그날 자기 집안 행사를 치르는 중이었다.

5미터 이상의 층고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는데 높은 위치에 있는 대형 샹들리에를

제거해 달라는 것이었다.

층고 높은 거실에 웅장하게 내려오는 조명을 둘이서 힘을 합해 사이좋게 떼고 왔고

대 저택을 상상했었는데 그곳은 그냥 시골집이었단다. 층고만 높은...


며칠 후 휴일에  5살 아이가 보기에 너무 예쁜 보석들이 사무실 마당에 굴러 다녔다.

한참 보석을 좋아하던 나이인 우리 둘째가 그걸 가져가도 되겠냐 해서 그러라 했다.

검은색 봉지 한가득 담아서 집으로 가지고 오던 날 마치 다이아몬드를 얻은 것처럼 좋아하던

둘째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사오기  얼마 전 짐 정리를 하면서 그 반짝이는 것들을 버린 것 같다.

몇 년째 둘째의 책상 서랍에 보물처럼 담겨있던 보석이

그 시골집 샹들리에 보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벌고 온돈이 고작 차비 5만 

가족이 모두 모인 집안 행사라 말도 못 하고 두 남자는 그 집을 조용히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는 내내 두 사람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한다.

누구든 서로 어깨라도 다독여 줬더라면 좋았을걸... 그럴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던 게

그때의 두 사람의 마음이었겠지.


그리고 여전히 제부는 수고비 5만 원이 거슬렸는지

기름값을 걱정하며 최고 속도 180이 넘는 차를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킬로 맞춰  달려서 2시간 거리를  

정확히 2시간에 도착했다.


우리 남편 사장님은 그런 작은 것에 집착하는  제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내 저었다.  

그 후로 다시는 그 은인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게 되었다.


돌아서 생각해 보니 어쩌면

그 은인은 서로가 아니었을까 한다.

하지만 힘든 시작였기에

제대로 된 눈으로 서로를 보지 못했던 때가 그때이기도 했다.


서로의 배우자를 지켜보는 우리 두 자매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한 발 물러서 있는 우리 두 자매는 누구를 이해하고 누구의 말을 들어줘야 하는가를 늘 고민했고

형부는 회사 열심히 다니고 동생은 언니가 같이 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도 했었다.

남편과 제부 사이에서 그리고 혼자서 독박육아를 하는 동생을 지켜보면서

어떤 판단도 할수없어 속만 타 들어갔자.

힘들어서 태어나 처음으로 위경련으로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

주차장에서 응급실로 가는 나를 지켜보며 마주친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뽀얀피부에 대학초년생 20살부터 봐와서

남동생만큼 편했던 제부 사장님 S

촌수를 따지는 호칭보다 이름이 더 편했던 사이였는데 그 사장님의 까칠한 얼굴과 홀쭉해진 몸을 그날 처음 발견했다.

'아~ 이게 뭐시라고'

지나간 시간에 대한 많은 생각이 오버랩되면서 아픈 배를 부잡고 실컷 울며 병원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잘하려고 하는 의욕은 같지만

서로 보는 방향이 달랐던 것 같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는 정답은 없다.

하지만 장사든 사업이든 돈을 버는 일을 시작하면서는

사전에 정보를 수집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장사를 시작해야 하는지 책 한 권 읽고 시작했으면 하는

지나고 난 후 나의 극심한 후회이다.


'10년 지금 와서 이 모든 게 보이니 얼마나 헛으로 장사를 했겠는가~'

김승호 회장의 말처럼 우리는

사업인줄 착각하는 장사하는 사람이었던 거다.


사장학개론: 김승호

사업을 막 시작하면 대부분 사장들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다. 근거 없는 비난, 조롱 직장인보다 더 많은 근무, 가족관계 무너짐, 피곤, 주말근무, 휴일근무, 건강악화, 인간에 대한 모멸감, 불안감, 친구들이 나누어짐, 직원에 대한 분노....
자녀들과 함께 할 시간 사라짐, 항상 밥값 내야 함 등이다.


사장은 자기 삶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남이 가져다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
사업이 잘된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다. 내가 왜 사업을 했는지 그 근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자신을 대신할 사장을 뽑거나 위임할 때 권한은 주지 않고 책임만 준다. 그리고 회사가 망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등 뒤에 매달려 있다.

구구 절절 읽을수록 맞는 말이다.

10년 구원자였던 아이템을 안고도 우리처럼 준비 안된 사람들은 수많은 기회와 많은 사람을 잃게 된다.

오늘도 새로운 일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면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

그래야 남을 볼 수 있는 눈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역행자:자청

동기부여가 되는 책이다.
힘들어 방향을 잡기 힘들 때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문체가 뛰어나진 않지만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청출어람'이란 말이 절로 떠올랐다. 열심히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흐름에 맞춰서 어떻게 지혜롭게 세상을 사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세세하진 않지만 사업을 할 때 인건비나 사업의 손익계산법도  약간은 나와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모든 걸 책으로 배워서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그가 만든 클래스 강의도 듣고 있는 중이다. 이상할 만큼 역동적이어서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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