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주변에서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와이프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음료가 다양하고, 기호에 맞게 메뉴 변경이 가능하며, 다른 카페에서 팔지 않은 독특한 신메뉴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의한다. 어찌나 마케팅을 잘하는지, 들어가면 이쁜 텀블러와 각종 커피 기구들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시즌별로 변하는 '한정판 굿즈'는 내가 돈을 쓰면서 돈을 벌어가는 느낌마저 준다.
친구들에게 생인 선물로 카톡 선물을 줄 때면, 스타벅스 쿠폰이 가장 만족도가 높다. 나 역시 스타벅스 쿠폰을 받을 때 기분이 좋다. 이는 사람들이 그만큼 스타벅스를 호불호 없이 좋아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스타벅스를 좋아할 이유가 너무 많지만, 난 스타벅스가 싫다. 누군가 왜 그렇게 싫어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비싸잖아 "
물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내 내면에서 비롯된 결핍의 한 종류가 표출된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의 대척점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난 스타벅스처럼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다. 매년 변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좇는 관심과 에너지가 부족하다. 이차전지와 반도체가 인기라고 하지만 구시대 유물 같은 화학업계에서 그럭저럭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다. 최신 드라마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되돌려보기를 좋아하며,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열심히 배우긴 한다.)
스타벅스를 보면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는 무언의 강요와 압박을 느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넌 왜 제자리만 있으려고 하냐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새로운 것에 도전에 보라고, 나의 내면의 결핍? 열등감?을 자극한다. 나의 부족함과 직면하는 느낌은 언제나 불쾌하고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스타벅스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싫어서일까?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고,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원두라고 생각한다. 그 원두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메뉴는 단연 아메리카노이며, 어느 카페를 가든 내가 반드시 시키는 메뉴이다. (물론 라떼도 포함이다)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와 라떼는 정말 맛이 없다. 내 기준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이런 맛없는 커피를 이 가격에? 하며 놀라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스타벅스에서 내 돈으로 아메리카노를 시킨 적이 거의 없다.
원두가 맛있으면, 어떤 응용 커피도 맛이 있다. 이것이 본질이다. 하지만 원두가 맛이 없으니, 이를 감추기 위한 화려한 네이밍(Naming)과 알록달록한 휘핑크림은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꼼수'를 부려 장사하는 것 같아 날 불편하게 한다. 내가 지향하는 삶은 겉포장지가 화려하진 않지만, 어디에 있어도 잘 융화되어 그곳의 가치를 높여주는 '아메리카노 맨'이 되는 것이다.
간혹 스타벅스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유행하는 포장지로 자신을 포장하여 내면의 약점을 숨기려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면의 확신이 아닌 외부 기준을 얼마나 충실이 이행하는지로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그들의 삶은 왜인지 불안정해 보인다.
스타벅스는 내가 싫어하든 싫어하지 않든 앞으로도 장사가 잘 될 것이다. 스타벅스를 싫어하지만, 이를 피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나는 그곳에 갈 때마다 나의 열등감과 이질감을 대면해야 하니 불편한 공간임은 확실하다.
그러나 싫다고 안 갈 수 있나? 외면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열등감마저 내 일부분이며, 이를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맞서기 위한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