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art : 다시 시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는 아직이다.
- 딸이 아빠에게 -
한밤중 저편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헉~! 이 소리는?
맞다.
외롭고 어두운 방에서 홀로 누군가의 손길을 애원하는 내 딸의 울음소리다.
와이프는 아직 듣지 못한 모양이다.
내 선에서 해결될 테니 굳이 깨울 필요는 없다.
조용히 아이 방문을 열고, 코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방안의 온, 습도를 체크한다.
스읍~ 후~~~
숙면하기 좋은 상태다.
이제 침대에서 울먹이는 딸을 확인한다.
딸도 나를 확인한다.
난 딸을 향해 양팔을 벌려 아빠가 왔음을 알린다.
딸도 양팔을 벌려 환영한다.
우리는 즉시 뜨거운 포옹으로 서로의 상태를 체크한다.
자는 중에 땀을 많이 흘렸는지, 열은 없는지, 배가 너무 홀쭉한 건 아닌지, 기저귀가 가득 찬 건 아닌지...
불과 수 초만에 모든 것이 정상 범위 안에 있음을 감지한다.
K-아빠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다.
딸 역시 나의 상태를 체크한다.
불과 수 초만에 본인이 안고 있는 사람이 아빠임을 감지한다.
딸은 고개를 들어 정말 아빠가 맞는지 재차 확인한다.
나는 그런 딸을 보며 환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아빠의 웃음에 감동해서일까?
딸은 다시 울기 시작한다.
뭐지~?
감동의 눈물치고 조금 과하다.
안아주려고 하면 밀치고 눕히면 다시 일어난다.
오늘따라 밀당이 심하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기술을 사용하여 안아주고 눕히기를 반복한다.
결국 엄마가 들어온다.
아뿔싸~ 벌써 시간이?
딸은 엄마 품에 안기며 마침내 울음을 그친다.
딸은 금세 안정된 호흡과 편안한 눈빛으로 나와 작별을 고한다.
낯설다 너...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인가?
만약 나에게 5분만 더 있었다면...
사용하지 못한 재우기 기술이 그제서야 떠오른다.
LoL(리그오브레전드)에서 막타를 뺏긴 느낌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전 과정을 복기해 본다.
복기는 침대에 누워서 해도 크게 지장 없다.
대체 내가....
머... 가....ㅂ ㅜ...조...ㄱ
해가 밝았다.
간밤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희미하다.
오늘은 왠지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다.
거울을 보며 외친다.
K-아빠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