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건식217_한약사김경순의 건강식재료
‘밥이 달리는 나무’라는 뜻에서 ‘밥나무’로 부르다가 ‘밤나무’가 되었다고 전해지는 밤은 영양이 어마어마합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과 같은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어서 과일 중에서 제일 좋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죠. 오늘은 밤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쌀과 유사한 복합 탄수화물이 많아서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주고, 운동 전후 간식으로도 좋습니다. 특이하게도 생밤 100g당 비타민 C 함량이 20–30mg 들어 있는데, 이 정도면 토마토와 맞먹는 수준이죠. 견과류 중 드물게 비타민C가 가장 많이 들어 있고, 껍질이 두꺼워서 굽더라도 비타민C의 손실이 적습니다.
이 덕분에 밤이 갖는 의외의 효과가 있습니다.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숙취해소제에는 비타민C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비타민C가 숙취를 유발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억제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생밤을 안주로 먹거나, 술을 마신 다음 날 밤으로 죽을 끓여서 먹게 되면 숙취해소에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또 노란 알밤 속의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항산화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노화를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이는데도 유용합니다. 밤이 한국인의 식단에 잘 어울리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밤 속에 풍부한 티아민(비타민B1)이 포도당의 대사를 빨리 일으키기 때문에 주식이 탄수화물인 식단에서 피로를 빨리 푸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밤을 가을, 겨울의 영양제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밤에는 소화가 잘 되는 양질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어서 소화기가 약하거나 수술 후 환자들의 회복식으로도 좋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배탈과 설사가 심할 때 군밤을 천천히 씹어 먹으면 효험과 있다고 소개하고 있고, 묽은 변을 자주 보는 경우에도 밤을 먹으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밤에는 전분이 풍부하지만, 조리하는 과정에서 저항성 전분이 만들어지고 장 속 유익균 증식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장 건강과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인 겁니다. 또 당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단순당의 비율이 낮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서 혈당을 서서히 올리는데도 효과적이죠. 그 덕분에 당뇨가 있는 사람들도 먹을 수 있는 적절한 음식이 됩니다. 하지만 평소 위가 약하거나 소화가 잘되지 않는 편이라면 생밤을 먹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소화가 잘 안될 수 있습니다.
밤 속 식이섬유(100g당 5.4g)는 몸속의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데 직접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불포화지방산(특히 올레산, 리놀레산)과 칼륨이 풍부해서 혈압을 조절하고, 콜레스테롤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밤에 풍부한 리놀렌산은 중성지방의 수치를 낮춰 줄 뿐만 아니라 혈액의 흐름을 개선하는데 유용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는 효과가 있어서 고지혈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에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밥을 대용할 수 있어서 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그냥 생긴 말은 아닌 거 같습니다. 100g당 28mg의 칼슘과 구리, 망간,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들어 있어서 뼈가 만들어지고, 골밀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눈 영양제로 알려진 비타민A가 들어 있어서 눈의 피로를 풀고 시력을 개선하는데도 좋습니다. 밤 속의 노란 알맹이에 들어있는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우리 몸에 들어가면 비타민A로 전환이 되기 때문입니다.
밤은 생으로 먹거나 구워서도 먹고 찌거나 삶아서도 먹는데, 어떻게 먹는 게 가장 좋을까요? 면역력을 올리기 위한 가장 좋은 조리방법은 바로 쪄서 먹는 것입니다. 농촌진흥청의 밤 조리법에 따른 비타민C 함량을 비교해 보면 밤 100g당 생밤은 12mg, 군밤은 24mg, 찐 밤은 61mg으로 찐 밤의 비타민C 함량이 생밤의 5배 이상 높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타민C의 경우 실제로 몸속으로 흡수되는 흡수율은 50% 이내로 낮은 편이니까, 이럴 때는 칼륨과 함께 먹으면 몸속 흡수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콩처럼 칼륨이 풍부한 음식과 함께 먹게 되면 비타민C 흡수율을 높이는 좋은 조합이 될 겁니다.
보통 갓 수확한 밤이 싱싱하고 맛있을 것 같지만, 갓 수확한 밤은 단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두 달 정도 후숙을 하게 되면 밤의 당도가 30~40% 정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싱싱한 밤보다는 후숙을 한 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밤은 GI(혈당지수)가 쌀보다는 낮지만, 그렇더라도 한 번에 많이 먹게 되면 혈당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또 5~6알(100g)쯤 먹게 되면 칼로리가 200kcal 정도 됩니다. 우리가 집에서 먹는 밥 한 공기의 칼로리가 250kcal 정도 되니까 당뇨가 있거나 다이어트 중이라면 조금만 먹어야 합니다.
생밤은 배에 가스가 잘 차고, 소화시키기 힘든 편입니다. 익혀 먹는 게 좋습니다. 특히 소화력이 약한 분들이 날밤을 많이 먹게 되면 배가 더부룩해지고 가스가 많이 생깁니다. 생밤은 한두 개 정도에서 멈추는 게 좋습니다.
밥을 대신해 줄 수 있을 만큼 가을, 겨울의 종합영양제가 되는 밤.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합니다. 다음 시간엔 밤을 더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주의 사항들을 알아보겠습니다. 건강 정보, 건강 식재료 소개해 드리는 한약사 김경순입니다. 오늘도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