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건식224_한약사김경순의 건강식재
쌀, 밀, 옥수수와 함께 전 세계인들이 먹는 중요한 곡식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수팥떡, 수수부꾸미로 활용되었고 프랑스에서는 크레페의 재료로 수수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글루텐이 없어서 셀리악병(글루텐 민감증)이 있는 사람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글루텐에 민감하면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 가스가 차고 불편하잖아요? 오늘은 글루텐에서 자유로운 수수의 활용방법과 주의 사항을 알아보겠습니다.
한방에서 붉은색은 화(火)를 상징하고 따뜻한 음식으로 분류됩니다. 이런 성질은 심장과 순환계가 잘 도는 데 도움이 되고 소화기 건강에도 유용하게 쓰이죠. 동의보감에서 수수는 속을 따뜻하게 해서 장 기능에 도움을 주고 설사를 멈추는 효능이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수수의 붉은색에는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데 그 함량은 흑미의 2배, 적포도주의 5배에 달합니다.
풍부한 항산화 성분과 혈당 조절 효과를 누리는 유용한 방법은 수수밥입니다. 하지만 단단하고 껍질이 질겨서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합니다. 깨끗이 씻은 뒤 1시간 정도 불리면 소화가 더 잘 되고 밥이 부드러워집니다. 하지만 수수를 너무 많이 넣게 되면 거칠고 뻑뻑해질 수 있으니까 쌀과 수수의 비율을 7:3이나 8:2비율이 적당합니다.
또 다른 잡곡과 함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수수에 찹쌀을 더하게 되면 찹쌀의 점성이 수수의 거친 질감을 보완해 주고, 소화흡수율을 높여주기 때문에 어린이나 노약자에게도 괜찮습니다. 혈당을 조절하는 효과를 높이고 싶다면 보리나 현미를 같이 넣는 것도 방법입니다. 보리에 풍부한 베타-글루칸과 현미의 식이섬유가 혈당을 조절하는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만약 불면에 도움받거나, 신경 안정 효과를 높이고 싶다면 마그네슘이 풍부한 수수와 함께 먹는 것도 활용해 보실만합니다.
수수를 차로 이용할 때는 겉껍질을 벗기는 도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영양가도 더 높아지고 약한 불에서 10~15분 정도 노릇하게 볶으면 됩니다. 너무 익으면 팝콘처럼 톡톡 터지기도 하는데 몇 개 정도만 이렇게 튀면 완성된 겁니다. 이걸 식혀서 물에 우리거나 중불에서 끓이면 되죠. 이것만으로도 콜레스테롤 조절과 혈당을 낮추는 효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덕분에 2012년 농업진흥청에서는 '수수 차'를 개발하여 특허까지 받았습니다. 특히 수수를 볶게 되면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지고 항산화 성분이 3~4배 높아지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답니다.
수수만으로 차를 끓여도 좋지만 당지수가 낮은 몇 가지 곡물을 더 추가하게 되면 혈관 건강과 혈액순환에도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흰쌀 위주의 식사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을 채워서 모발을 풍성하게 하고 머리를 검게 만드는 효과도 얻을 수 있는 거죠. 추가할 잡곡은 조, 보리, 현미입니다. 이 4가지 잡곡을 각각 같은 비율로 준비하고 센 불에 볶습니다. 톡톡 소리가 나면 불을 줄이고 노릇해질 때까지 볶으면 준비는 다 된 겁니다. 물 2L에 곡물을 5g 정도씩 넣고 20분 정도 끓이면 색이 잘 우러난 고소한 모발 건강차 즐길 수 있습니다. 곡물로 만든 차라서 오랫동안 마셔도 괜찮은데 농도는 본인의 입맛이나 소화 상태에 맞게 조절하시면 됩니다.
그 외에도 수수를 가루 내서 수수떡이나 수수부꾸미 같은 음식을 해 먹어도 좋고, 무엇보다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빵이나 쿠키, 시리얼로 만들어서 밀가루 대용으로 베이킹에 활용해도 아주 훌륭합니다. 평소 빵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건강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수수는 섬유질이 많은 곡물이라서 위장 기능이 너무 약하다면 가스가 생기고, 복부팽만이나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밥을 짓거나 차로 마실 때 수수의 양을 조절해야 합니다.
수수에 들어있는 건강 성분 중에는 피트산(phytic acid)과 탄닌이 있습니다. 둘 다 항산화 작용을 하고 혈당을 조절하거나 항균작용에 도움이 되지만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평소 빈혈이 있다면 먹는 양을 조절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수밥이나 수수 차를 마실 때는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는 키위, 파프리카, 브로콜리 같은 음식을 같이 챙겨 먹거나, 수수 차를 마실 때는 식사 직후보다는 식후 1~2시간 뒤에 마시는 것도 보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수수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더니 변비가 심해질 수 있다고요? 맞습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더라도 충분한 물을 마시지 않거나 장운동이 느린 경우에는 오히려 대변이 딱딱해져서 변비 증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합니다.
저항성 전분과 폴리페놀이 풍부한 수수는 혈당이 오르는 걸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수수도 결국은 탄수화물 식품이잖아요. 특히 수수 가루를 이용한 떡이나 빵으로 먹게 되면 섬유질이 줄고 전분 함량이 높아져서 혈당지수가 오히려 오를 수 있습니다. 적당히 먹어야 합니다.
글루텐이 없고 중년의 건강과 소화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수수.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합니다. 잘 활용하셔서 건강 컨디션 올리는 데 도움 받으시기 바랍니다. 건강 정보, 건강 식재료 소개해 드리는 한약사 김경순이었습니다. 오늘도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