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산자연휴양림-비로봉-전망대-장군봉-외산수리바위캠핑장
8월이 5주까지여서 3주 만의 산행이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인지 이른 시간부터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꽉 차 있다.
벌초하러 가는 사람과 산에 가는 사람 그리고 나들이 나온 사람인가 보다.
만수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산이지만 이름은 낯이 익다.
만수산 드렁칡이 얽힌 들 어떠하리...
이방원이 정몽주에게 보낸 시조 때문이다.
그 만수산은 개성에 있다고 알고 있는데
보령의 만수산은 200대 명산에도 끼지 않고 아마 한 500대 명산에는 들어갈라나???
20년 역사의 우리 산악회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산인데 어찌 이 산을 선정했는지 모르겠다.
벌초시기에 이렇게 먼 곳을... 그것도 남쪽으로 다...
집에 일찍 도착하기는 글렀다.
예상대로 도착이 늦었다.
만수산자연휴양림으로 들머리를 잡아서 거의 11시에 산행을 시작했다.
만수산휴양림은 비교적 휴양림으로의 공간조성이 잘 되어있다. 잘 보존되어 있는 고택도 눈에 띄었다.
숲 사이로 이른 시간부터 야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
잘 정돈된 휴양림 사이에 등산로가 있었는데 지나쳐서 잠시 길 없는 산길을 헤매야 했다.
아직 더위가 식지 않아서 30도 이상의 날씨에 습도도 엄청 놓아 몇 발 떼기도 전에 온몸이 땀에 다 젖는다.
엎친데 덮친다고 산악회에서 출발 전에 제공해 준 아침식사용 떡을 조금밖에 안 먹어서 인지 당이 떨어져서 허기가 지고 다리가 떨려 온다.
급히 초콜릿, 사탕으로 당분을 공급해야 했다.
10년 이상의 산행에서 절대 흔한 일이 아니다. 등산초보 때를 다시 경험한다.
급처방한 당분이 비로봉 정상에 다 왔다고 느꼈을 때야 비로소 효과가 생겨 에너지가 보충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산은 정상 표지석이 눈에 띄지 않는다.
내리막을 조금 내려서 가니 반대쪽으로 비로봉 정상을 표시한 표지목이 정상을 지나왔음을 알려준다.
있는데 내가 못 본 건지? 원래 없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거 뭐여?(살짝 짜증이 섞인 뭐여!)
충청도사람들의 "뭐여?"는 거시기와 더불어 표현 안 되는 느낌이 없다.
정상을 지나왔으니 이제는 별로 힘든 구간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점심식사 자리를 잡았다.
이정표가 있는 너른 공간을 잡아서 옹기종기 앉아서 반찬페스티벌을 열었다.
힘든 산행의 가장 큰 보상은 역시 점심도시락이다.
늘 인스턴트식품으로 도시락을 대신하던 옥규 씨가 처음으로 도시락과 멸치볶음을 가져왔는데 집에 있는 멸치를 다 가져온 듯한 큰 반찬통이 웃겨서 입에서 오물이 튀게 하는데 충분하였고, 주차장누나의 계란말이의 비밀을 눈치챈 장군형수의 폭로가 또 큰 웃음을 준다.
회장님의 이름을 잘라서 한통 가득 채워온 두부와 김치볶음이 참가표를 내밀었고, (참고로 회장님의 이름은 "정한모"이다. 정확한 두부한모 ) 양평고추의 매운맛을 보려 주려는 듯 선애형수의 동그랑땡은 맛도 좋지만 동그란 모양을 빚은 솜씨가 더 일품이다.
각자 한 통씩 숨겨온 막걸리 안주에 최고의 안주걸이다.
우리 마님의 꼴뚜기조림과 매운 고추멸치볶음은 어릴 적부터 먹고 자란 성춘 형님과 나에게는 고향의 어린 시절을 담아놓은 맛이어서 커다란 반찬통 바닥이 박박 긁힐 정도로 비워졌다.
배꼽이 숨어버릴 정도로 배부르게 많이 먹었다.
아까는 다리가 떨려 못 걷겠더니 이제는 배가 불러 못 걷겠다. 내가 생각해도 변덕스럽다. 이거 뭐여?(변덕스러운 내가 못 마땅한 느낌!)
장군봉으로 향한다.
남은 8킬로의 구간은 능선이라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능선이라 시원하게 트인 풍광을 기대했지만 트인 공간은 나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숲길에 오르막 내리막을 수 없이 반복한다. 덥기는 왜 이렇게 더운 건지...
이 더위는 언제 가을기운에 밀려갈지? 뭐여?(끝나지 않은 여름이 짜증스럽게)
간간이 올라선 오르막 구간에서 바람이 불었다. 뭐여? (살짝 기분 좋은 하지만 조금은 부족한 듯!)
땀에 젖어서 살에 올라 붙은 등산복틈을 벌려 놓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장군봉이라고 생각될 만한 봉우리에 도착하니 숲과 나무사이로 먼 풍경이 보인다.
저쪽이 바다 쪽인가? 아님 강인가?
정상석도 보이지 않고 도대체 모르겠다. 뭐여? (애매해서 화난 느낌!)
높은 산은 아닌데 내려가나 싶으면 또 올라가고 몇 시간째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고 있다.
끝을 몰라서인지 힘이 무척 많이 든다.
선두그룹인 우리가 이렇게 힘든데, 오랜만에 산행에 나오신 성 춘 형님과 형수가 걱정되었다.
점심식사 때 보고 못 봤는데 잘 따라오시고 계신지? 거리가 제법 차이가 날 것 같았다.
근데 도대체 외산 수리바위캠핑장은 언제 나오는 거야?
물에 들어가서 발 담글 시간은 있는겨? 뭐여?
계속되는 하산에 아내는 발이 아파온다 한다.
나 역시 다리에 힘이 풀려갈 즈음 회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뒤따라오던 일부 회원들은 옆길로 빠져 무량사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이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명예회장님의 산행센스가 빛을 발한 것이다. 뭐여?(다행인데 우린 힘들어서...)
외산 수리바위캠핑장이 나왔다.
무량사에 있다는 일행에게 가야 했다. 뭐여?(캠핑장에서 무량사가 멀어서...)
한참을 걷다 보니 무량사 부근에 버스가 있다.
헐!
내가 뭘 들은 것일까?
수리바위캠핑장에 기다리고 있으면 버스가 태우러 온다는 말이었는데 내가 제대로 못 들어서 다섯 명의 일행이 고생한 것이다. 뭐여?(나한테 실망한 느낌)
만수산 이거 뭐여?(진짜 힘들었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