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3 일곱 번째 작문
가뭄에 콩 나듯,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내가 봐도 내가 너무 괜찮은 날. 며칠 전 내가 딱 그랬다. 친구의 말을 빌려보자면 그날의 나는 앙큼할 정도였다. 13년 지기 절친의 결혼식 당일, 나는 새벽같이 일어나 멋이란 멋은 다 부렸다. 누가 보면 내가 결혼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 신부를 필두로 친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덕분에 절친을 떠나보내는 상황에서 눈물은커녕 입가에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그런데 꺼질 줄 모르고 불타올랐던 셀프 칭찬은 놀랍게도 엄마의 한마디로 진화됐다. ‘살만, 살만 빼면 더 예쁘겠네!’
살, 그놈의 살은 미련 남은 연인 같아서 남들은 다 아니라고 해도 쉽게 이별하지 못했다. 그래도 딱 한 번 헤어진 적이 있었는데 바로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너는 살만 빼면 예쁜 얼굴인데.’ 같은 반 남자애의 말 한마디가 트리거였다. 내가 예쁜 얼굴이라고? 그것도 그냥 살만 빼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마르고 ‘예쁜’ 내가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다행히 한창 클 나이라 조금만 운동해도 살은 쉽게 빠졌다. 여름 방학 동안 10kg 감량에 성공한 후 나는 교복을 새로 사야만 할 정도로 변했다. 얼마나 뿌듯했던지 당장 친구들에게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방학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개학 날, 나는 일부러 새로 산 교복이 아닌 커져 버린 옛 교복을 입고 갔다. 요구에 당당히 맞선 대가를 기대하며 말이다. 그리고 다이어트의 계기가 된 친구에게 다가갔다. 겉은 아무렇지 않은 척, 방학 동안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얌전하게, 그렇지만 속은 ‘그래~ 내가 예쁠 거라고 했잖아’ 같은 반응을 기대하며 인사를 던졌다. ‘안녕!’
‘응, 안녕! 살 많이 뺐네.’ 답변 끝. 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그리고 곧바로 새로운 요구가 날아왔다. ‘근데 너는 살 뺐는데도 코가 낮다. 이렇게 하면 높아진대. 매일 해 봐!’ 나를 괴롭히던 세상의 요구에 반응한 대가는 또 다른 요구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기대만큼 큰 실망에 마음이 헛헛할 만도 한데 이상하리만치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체중 감량 요구에 시달렸지만 나는 내 몸에 큰 불만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변화를 원했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내가 원해서’ 그것이 같은 말에도 상처받던 옛날과 지금의 차이라는 것을 중학교 2학년의 나는 깨달았다.
‘엄마, 이 몸에 내가 맛있는 음식을 얼마나 투자했는데! 비싼 몸이라구~ 그리고 내가 살 빼해야겠다 싶으면 꼭 다이어트할게요! 나는 지금의 내가 너무 좋아!’ 너스레를 떨며 전한 나의 기준에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비단 살뿐이랴. 세상의 무리한 요구는 매 순간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에 내 웃픈 이야기로 살펴보기를 바란다. 끊임없는 요구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는 당신만의 기준이 있는지 말이다. 부디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기를...
100%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저의 에세입니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그런 영상을 봤어요.
'제때는 누가 정한 겁니까!, 하세요 하고 싶은 대로'
그 말이 참 마음을 콕 찌르더라구요.
저는 제때가 아니라 나 때에 맞춰 살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려워요!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다고 외치고 싶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제때가 아니라 나 때의 타임라인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오늘도 여러분께 궁금한 지은입니다!
Q. 이 글이 전하고 싶은 말이 잘 읽혔을까요?
Q. 어떤 부분이 가장 좋았고 어떤 부분이 가장 별로였나요?
Q. 이렇게 쓰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하는 글 잘 쓰는 팁이 있다면 언제든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