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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람 Dec 16. 2024

로봇은 따라 할 수 없는 사람의 움직임

볼록과 오목, 구르기와 미끄러짐, 운동학, 신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휴게소에서 우동을 끓여주는 로봇 요리사
에○리에서 큰 통을 매고 있는 빈 접시 수거 로봇
매장에서 커피를 타 주는 로봇 바리스타
대형 마트를 이리저리 휘젓고 돌아다니는 바닥 청소 로봇   

  

로봇은 어느새 우리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을 무한 체력의 로봇이 대신하면서 생산성을 늘리고, 저출산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라는 얘기처럼 급격한 자동화로 인해 사람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는 직종들의 임금이 낮아지는 ‘로봇의 역습’이 우려되기도 합니다.     


로봇의 움직임은 사람의 일을 대신하기 위해 사람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로봇이 머리나 몸통을 돌려서 이동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의 목과 골반의 움직임을 재현하고 있고, 물건을 쥐거나 옮겨야 하는 기능은 사람의 어깨와 팔의 움직임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로봇과 사람의 움직임이 같아 보일지라도, 움직임의 원리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리 '로봇의 역습'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효율성'엔 상대가 안되죠.


로봇은 움직이는 면의 수직인 실제 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관절부위의 이탈도 없고, 움직임의 범위 또한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축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움직이는 면마다 다른 축이 필요하게 됩니다. 시상면엔 이마축, 이마면엔 시상축, 수평면엔 수직축 기억나죠?(이전 글인 '우리만의 약속'을 참조하세요.) 아래 왼쪽 그림처럼 늘어나는 축만큼 많은 분절이 필요하게 됩니다. 반면 사람의 관절은 실제 축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관절 주변의 관절주머니나 인대와 근육에 의해 두 뼈 사이의 연결을 유지한 채 관절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움직임의 범위에 제한이 있습니다. 그 대신 움직이는 방향마다 고정된 실제 축이 없기 때문에 관절 내에서 가능한 모든 면의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래 오른쪽 그림처럼 단 두 개의 뼈로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극강의 효율을 보이고 있죠.

사람은 단 두 개의 뼈만으로 3차원의 움직임을 만들 수 있어요~

 

사람의 관절은 실제 축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뼈 자체의 결합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절은 볼록면을 가진 뼈와 오목면을 가진 또 다른 뼈가 만나서 결합합니다. 하지만 볼록면과 오목면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도한 동작엔 관절면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래 그림의 장난감 로봇의 어깨를 보면 팔의 윗부분엔 볼록면이 있고, 몸통의 가쪽엔 오목면이 있습니다. 이 둘을 연결시키면 관절이 형성되어 움직일 수 있죠. 하지만 장난감 로봇의 팔을 과도하게 벌리거나 모으면 팔이 잘 빠집니다. 장난감 로봇 또한 고정된 축이 없기 때문에 관절의 이탈을 막을 수 없죠. 사람의 관절에도 고정된 축은 없지만, 근육과 관절 주변의 구조물이 관절면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움직임으로 유도하여, 볼록면과 오목면이 서로 벌어지지 않도록 관절의 형태를 유지합니다.

   

기억나네요... 어릴 적 로봇을 조립하기 전 느꼈던 알 수 없던 설레임....

오목면의 뼈 위에서 볼록면의 뼈가 움직일 때, 움직이는 방향으로 구르기 합니다. 이때 움직이는 방향의 반대쪽 관절면이 벌어지기 때문에 그 간격을 매워주기 위해 관절주머니와 근육과 인대의 팽팽함으로 구르기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미끄러짐 합니다. 예를 들어 팔을 옆으로 나란히 하듯이 어깨관절을 벌림(abduction)할 때, 볼록면인 위팔뼈위쪽으로 구르기를 할 동안 관절의 아래쪽이 벌어지게 되어 이 간격을 매워주기 위해 볼록면인 위팔뼈를 아래쪽으로 미끄러짐 합니다. 이때 돌림근띠(rotator cuff) 근육들과 관절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관절주머니와 인대가 미끄러짐을 유도합니다.


구르기(roll): 마주 보는 두 관절면이 모두 만나는 움직임
미끄러짐(slide, glide): 한 관절면의 모든 면과, 마주 보는 관절면의 한 점이 만나는 움직임
볼록면이 움직일 때는, 구르기와 미끄러짐의 방향이 반대

볼록면의 뼈 위에서 오목면의 뼈가 움직일 때, 움직이는 방향으로 구르기 합니다. 이때 움직이는 방향으로 관절면이 벌어지기 때문에 그 간격을 매워주기 위해 관절주머니와 근육과 인대의 팽팽함으로 구르기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미끄러짐 합니다. 예를 들어 아령을 들 듯이 팔꿉관절을 굽힘(flexion)할 때, 오목면인 아래팔위쪽으로 구르기를 할 동안 관절의 위쪽이 벌어지게 되어 이 간격을 매워주기 위해 오목면인 위팔뼈를 위쪽으로 미끄러짐 합니다. 이때 팔꿉관절 굽힘근육들과 관절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관절주머니와 인대가 미끄러짐을 유도합니다.

오목면이 움직일 때는, 구르기와 미끄러짐의 방향이 동일
극강의 효율을 가진 사람의 움직임을 로봇이 절대 따라 할 수 없겠죠?

< 이 글을 읽고 다음을 생각해 보세요 >     


1. 주변에서 자주 보는 로봇의 팔을 관찰해 보며 내 팔과 어떤 차이가 있나 생각해 보세요.

2. 오목면에 대한 볼록면의 움직임 시 구르기와 미끄러짐의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3. 볼록면에 대한 오목면의 움직임 시 구르기와 미끄러짐의 방향을 어떻게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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