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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JY Apr 10. 2023

아이가 핸드폰의 존재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아이가 핸드폰의 존재를 인지하고 다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가 조금 클 때까지 가능하면 최대한 미디어를 멀리할 수 있게 해주자고 다짐했었는데 이런 모습이 나타나다니 맙소사. 부모 입장에서는 핸드폰(유튜브)을 활용해 조금 더 편하게 육아를 하고 싶은 유혹이 항상 있다. 영상을 틀어주면 아이가 정신을 못 차리기 때문에 그 사이에 밀린 일도 하고, 개인적으로 휴식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부모입장에서 보면 편하긴 한데 아이 입장에서 좋은지 잘 모르겠어서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영상을 조금씩 보여주는 건 괜찮다는 의견도 있고 아니라는 의견도 있고 뭐가 괜찮은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개인적 소신이다. 영상을 보여주는 부모들을 비판 또는 비난할 의도는 하나도 없다. 육아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그냥 그 시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덜 후회하면 되는 거다. 



요즘 아이들이 예전보다 쉽게 미디어 중독에 빠진다는 기사 한 번쯤은 다들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아이들 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 자신과 아내만 봐도 이미 우린 미디어에 중독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이미 버린 몸이고, 그나마 아이라도 그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이가 있을 땐 TV, 컴퓨터를 아예 켜지 않고 핸드폰도 가급적 하지 않고 있다. 정말 해야 될 것 같을 때는 가급적 아이가 보지 못하도록 몸을 돌려서 하고.



그런데 요즘 들어 아이가 핸드폰 위치를 포착하는 순간, 정말 집요하게 핸드폰을 손에 넣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소파 위로 핸드폰을 던져놓으면 소파 위로 올라가려고 낑낑대질 않나. 그래서 눈에 안 보이게 하기 위해 옷 같은 것으로 가려놓으면 이놈들! 어디서 얕은수를 쓰는 것이냐!라는 표정을 지은 후 옷을 잡아당겨서 바닥으로 떨어뜨린 다음 핸드폰을 가져오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아이한테 이게 얼마나 재밌는 장난감일까. TV 리모컨이나 체온계 등은 이것저것 버튼을 눌러봐도 반응이 잘 없지만 핸드폰은 카톡이 오거나 하면 자동적으로 화면이 켜지고 이러니 정신을 못 차릴 수밖에. 자기가 이리저리 가지고 놀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이 켜지고 불빛이 번쩍번쩍한다? 내가 생각해도 최고의 장난감일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가 핸드폰을 발견했다 싶으면 아예 아이의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도 닿지 않도록 높은 곳에 놔둬 관심을 차단하곤 한다. 아이가 엉엉 우는 모습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부모의 이기심 가득한 합리화를 하면서 애써 스스로를 다독인다. 자기도 이게 정답인지 아닌지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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