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하자마자 어린이집 입소대기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것 역시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신혼부부들이 많이 거주하는 신도시는 출산하자마자 입소대기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냥 일반적인 동네라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친동생 부부도 같은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데 육아 선배인 동생 부부가 어린이집 관련해 너무 급하게 생각할 것 없다는 말을 해주어 천천히 생각하고 있던 것도 있다.
그래도 최소 1년 전쯤에는 미리 대기를 걸어야 할 것 같아서 입소대기를 미리 신청했다. 입소대기를 신청하려면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집들을 직접 방문해서 대기를 걸어놔야 하는 줄 알았는데 아뿔싸 검색해보니 나 혼자 아날로그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그렇게 발로 뛰는 게 아니라 그냥 인터넷에서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을 검색하면 된다. 여기로 가면 주변 어린이집 정보도 볼 수 있고, 아예 간편하게 온라인으로 입소대기 신청까지 가능하다. 국공립인지, 교사 대 학생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운영시간은 어떻게 되고 프로그램은 어떤 건지 등등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으며 입소대기 신청도 3순위까지 가능하다.
오다가다 봤던 어린이집들을 검색해 여러 가지 정보를 본 후 8월쯤으로 입소신청을 걸어놨는데 다음날 한 군데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 일단 오셔서 상담 한 번 받아보시라고. 입소가 이번 달도 아닌데 벌써?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다음 날 아내가 퇴근 후 상담을 받고 왔다. 입소는 나중으로 되어있지만 어떤 상황인지 한 번 들어보고, 겸사겸사 여기 어린이집의 강점이 뭔지 또한 어떤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하는지 홍보도 할 겸 불렀던 것이다. 다른 어린이집들도 다 단지 안에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일 가깝기도 하고 국공립이며 적극적으로 설명도 해주시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 웬만하면 여기로 보내자고 아내와 합의를 했다. 그런데 다음 날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형, 우리 아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주변에 홍보 좀 해달라는 부탁 문자 받음. 신규애들이 없나 봐. 혹시 관심 있으면 생각해 봐"
저출산이라 애들이 많이 없어서 어린이집 간에도 경쟁이 나타났나 보다. 조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도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연락이 오다니. 우리 아이가 조카랑 같이 다니면 상대적으로 더 적응도 쉬울 것 같고 혹시나 학대 같은 문제가 생기면 대응이 보다 수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마음이 기울다가도, 그래봤자 조카도 3살인데 뭘 기대하는 거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미리 정하지 말고 조금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우리 부부가 생각하는 좋은 어린이집의 기준은 높지 않다. 어린이집은 교육보다는 보육의 성격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창한 프로그램보다는 식사 제 때 제대로 주고 학대하지 않으면 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린이집을 다니게 된다면 별일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