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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꿀 Jul 05. 2023

마드리드 #7 - 우버 말고 프리나우(Free Now)

마드리드에서만 이상하게 우버 어플은 오류가 난다.

아침 7시 30분.

Y의 출근길을 배웅해 주고 싶은 마음에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이 겨우 힘을 냈다.


"지금 나가는 거야?"


"앜. 밥 먹고 갈려고 했는데 나 늦었어."


뽀얀 쌀 위로 표고버섯과 시래기를 휘휘 저으며 투덜거리는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건강식 챙겨 먹을 나이가 됐지' 하는 아이러니하게 웃긴 마음이 10퍼센트, '나물까지 듬뿍 넣어서 야무지게 잘 챙겨 먹네' 하는 대견한 마음이 90 퍼센트였다. - 대충대충 살았던 건 나뿐인 건가... - 여하튼 Y가 이국땅에 혼자 살아도 열심히 운동하고, 잘 챙겨 먹기까지 하는 건강한 루틴을 갖고 있는 걸 보니 기분이 좋다. 살림 잘하는 딸내미 바라보는 엄마의 기분이 이럴지도..?


(광고아님) Y가 넣어 먹은 곤드레나물 - 개인적으로 기억하기 위한 업로드


"1시 30분쯤이 점심시간인데 이 거 내가 먹으러 올 거야."


나를 위해 손수 만들어주는 아침이 아니라는 것을 백 구십 팔 번 정도 강조했는데 참 이상하게 Y와는 이런 대화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좋은 것도 좋은 것이지만 항상 우리 사이에는 싫은 것들을 더욱더 솔직하게 말했기 때문에, 그리고 누구보다 서로의 삶을 응원한다는 탄탄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편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잘 다녀오숑!"


Y를 보내고 보니 잠시 잊고 있던 피로가 다시 온몸을 휘감았다. 전기장판에 불을 올리고 - 3월의 마드리드는 추위를 잘 타는 내겐 곧 겨울이 다시 올 것만 같은 늦가을이다 - 30분만 자야지 하고 누웠는데 와우. 식은땀까지 흘리며 미친 듯이 잤다. 더 자고 싶었지만 점심 먹으러 돌아온 Y가 너 아직도 자고 있냐고 경기 일으킬까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부엌에 들어서니 취사가 완료된 밥솥이 반기고 있다. 표고버섯과 시래기 밥이 폴폴폴 구수한 향을 풍기며 강력하게 유혹했지만 - 으헝 - 우직하게 감자칩을 집어 들었다. 밖에서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테다. 우걱우걱 와그작와그작 감자칩을 씹으며 - 어우 짜 -  오늘의 일정을 세웠다.


산미구엘 마켓(Mercado de San Miguel)에 가서 간단하게 엠파나다(empanada) -  엠파나다는 스페인과 중남미 지방에서 즐겨 먹는 속을 가득 채운 만두요리다. - 혹은 신선한 연어에 올리브 치즈까지 조합해서 사 먹고, 근처 마요르 광장(Plaza Mayor)에서 광합성을 쭈욱 하고, 솔 광장(Puerta del Sol)을 거쳐 그란비아 거리(Gran Via)를 걷다 무료 관람시간인 저녁 6시에 맞춰 프라도미술관(Museo Nacional del Prado)을 가는 것이다! 후훗.


Day2 플랜: 산미구엘 마켓 > 마요르 광장 > 솔 광장 > 그란비아 거리 > 프라도 미술관


대중교통 잘 이용하라고 Y가 교통카드까지 챙겨줘서 한참을 고민했다. 해외 여행하면 대중교통 표지판을 못 읽어서 허우적거려도 보고 반대편 노선을 타서 식은땀을 흘려도 보는 게 낭만 아닌가.


하지만.. 모르는 스페인어를 구글링 하며 꾸역꾸역 목적지까지 가기엔 배가 너무 고팠다. 이럴 땐 무조건 택시다.


그런데 이상하다. 우버로 산미구엘 시장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콜을 불러도 계속 오류가 뜬다. 되는가 싶다가도 지도상에는 여러 대의 우버택시가 보이는데 잘 잡히질 않았다. 검색해 보니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결국 작년에 바르셀로나에서 사용하고 지웠던 프리나우 앱을 재설치했다.


결론: 마드리드에서는 우버 말고, 프리나우 앱으로! (밑줄 좌악!)


* 마드리드 택시 어플: 프리나우(Free Now), 캐비파이(Cabify), 우버(Uber)

공식적으로 이 세 가지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하는데, 경험상 우버 어플은 마드리드에서 오류가 많음. 프리나우 강력추천 (광고 아님)


자, 그럼 본격 마드리드 여행 시좌악! Va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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