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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예비작가 Dec 07. 2023

간이역

기다림

높은 빌딩 건물에 익숙한 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지하철 승강장에 서서 내가 타야 될 지하철을 기다린다.

때론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서 차가 오는 방향을 한없이 쳐다본다.

아직은 보이지도 않는 버스를 빨리 오기를 바라며, 버스가 오는 방향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수많은 사람들과 섞여서 내가 가야 하는 곳으로 아무 생각 없이 내 몸을 그곳에 태우고 버스가 달리는 데로 난 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지하철도 버스도 승강장과 정류장에 사람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그것들은 한 번은 달리다 멈춰서 잠시의 머묾으로 그곳을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 머물다가 가야 되는 다음의 장소로 출발한다.

머묾이 그리 길지 않아도 정류장과 승강장을 스쳐 지나지 않고 잠시라도 멈춰서 있다가 그 기다림이 끝나면 다시 출발한다.


나의 바람은 잠시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기를 했으면 좋겠는데, 그것들은 그 역할에 어긋나지 않게 반복적으로 자신이 멈춰야 할 그곳에 짧은 머묾이라도 반복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다.

아무도 없는 정류장과 승강장에 시간이 늦어도 머물러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도 그것들은 멈춰서 잠시라도 머물고 다시 가야 되는 곳으로 간다.


기차를 타다.

어느 날에 기차를 타고 빌딩들이 가득한 곳을 떠나 먼 곳으로 떠나는 날이 있었다.

기차는 정확한 시간에 승강장에 도착하는 것을 알지만, 이유도 없이 그것이 들어오는 방향을 바라본다.

도착을 알리는 벨이 승강장 가득 울려 퍼진다.

난 그렇게 도착한 기차에 몸을 태워 내가 가려는 곳을 향에 달린다.

그렇게 달리던 기차의 차창 밖으로 빌딩들이 사라지고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은 작은 집들과 푸른 나무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만이 가득한 곳에서 작은 집들과 푸른 나무들이 외로이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

어쩌면 그것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이 내 마음에 외로움이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나는 익숙한 빌딩들 속에서 항상 갇혀 나를 억누르는 것도 모르고 익숙함에 외로이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도록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왔다.

너무도 익숙한 생활에 외로움도 모르고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 지금까지 왔던 것 같다.

익숙함이란 나에게 너무도 잔인한 것 같다.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것을 알지도 못하게 내 눈이 가려졌고, 그 외로움에 난 의욕도 없는 우울함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게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서 벗어나야 조금씩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차창 넘어서의 작은 집과 푸르던 나무가 외로워 보이는 것은 지금의 내 마음인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냥 스쳐버린 역

내가 있던 곳에서는 버스든 지하철이든 본연이 멈춰야 하는 곳에서는 분명 사람이 있든 없든 멈춰 잠시의 머묾이 있었는데, 내가 타고 있는 기차는 낡은 건물에 아주 작은 역을 멈추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간다.

분명 그 낡고 작은 역은 언제인지 모르지만 그곳을 지키고 있었는데, 내가 타고 있는 기차는 그 역에게 인사도 없이 그리고 아무런 말도 없이 빠르게 그냥 스쳐 지나간다.

지금까지 달리던 기차의 차창 너머의 작은 집과 푸르던 나무들이 외로워 보였는데, 지금 내가 멈추지 않고 스쳐 지나버린 역이 더욱 깊은 외로움이었다.


달리던 차창 너머로 지금까지 보이던 작은 집과 푸른 나무를 외롭게 생각했던 것이 내가 외로워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머물지 않고 스쳐버린 역이 나와 같은 외로움을 간직했고, 그 외로움은 멈추지 않을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 이젠 우울함에 눈물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 낡고 작은 역에도 분명 기차가 멈추고 잠시라도 머묾이 있었을 것인데, 이제는 그때가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이 되어 많은 시간이 지나 버렸고, 이젠 기차가 멈추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간이역이 되어 버렸다.

스치는 기차를 바라보며 멈추지 않는 것이 당연하고, 오는 기차를 바라보기 위해 기다렸고, 스쳐 지나는 기차가 멀어지는 것을 소리 없이 지켜보고 있다.

언제 다시 올지 아는 듯 모르는 듯 소리도 없이 긴 시간을 외로움과 싸워 이제는 낡고 작은 그 역은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그런 간이역,

세월의 흔적으로 낡고 초라해진 작은 역이지만, 그 자리에서 오랜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찾아주는 사람 하나 없이, 지나는 사람 하나 없이 멈추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고 오는 사람, 찾는 사람 하나 없는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그 긴 시간이 얼마나 힘들고 긴 외로움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 시간은 긴 외로움이고 우울함 속에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건 찾아주는 사람도 없고, 지나는 사람 하나 없는 그 긴 시간을 오로지 그저 스쳐 지나는 기차만을 기다리며 멈춰진 시계처럼 그 자리를 항상 지키고 있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을 가지고 외로움에 많은 시간을 눈물로 보낸 낡고 작은 역은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 긴 시간을 견디고 멈춰진 시계처럼 그 자리에 여전히 머물고 있으며, 스치는 바람만 남기고 잠시의 머묾도 없이 떠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자신의 존재 이유였다.


지금은 낡고 작은 간이역 되었지만, 그 역은 처음부터 지금처럼 멈추지 않는 기차를 기다릴 것이라는 것을 이전에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찾아주는 사람 하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지나는 사람 하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아주 천천히 멈추던 기차는 줄어들고, 이젠 말없이 스치는 바람만 남기고 머묾도 없이 지나는 기차가 늘어날수록 간이역은 조금씩 공허함에 슬퍼했을 것이다.

멈추는 기차가 줄어들수록 찾아주는 사람들도 줄어든 것이고, 작았던 역을 지나는 사람도 줄어든 것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될 것이란 것을 몰랐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찾는 사람이 줄어들고, 이젠 지나는 사람마저 없어 조금씩 공허함이 외로움이 되었고, 멈추지 않는 바람만 남기고 스쳐 지나버리는 기차만 바라본다.

간이역은 외로움이 깊어져 눈물로 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멈춰진 시계처럼 낡고 작은 역은 그 마지막 기차가 멈춘 그때를 그리워하며, 낡은 역에 기억이 추억으로 남겨져 있을 것이다.

이젠 멈추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스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멈추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람만 남기고 스쳐 지나는 기차를 바라보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찾아야 할 이유,

존재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나는 모든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 이유는 자신만이 찾아야 한다.

낡고 작은 역도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는 내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없다.

내 모습이 빌딩들 사이에 가려져 있던 나를 어쩌면 억눌림에 잊고 있던 나의 외로움을 눈물 흘리던 날들에 나 스스로를 낡고 작은 역처럼 시계가 멈춰진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 것이다.

난 분명 다른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직은 분명하지 않지만 누군가의 말과 시선으로 나를 평가하고 합리화하지 않아야 한다.

난 스스로가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내가 찾는 이유를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할 필요는 없다.

낡고 작은 역이 누군가에게 증명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며 있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증명하지 않고 나 스스로가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 하며, 존재의 필요성을 찾아야 한다.


가끔은 외로움에 눈물 흘리는 날들이 많겠지만, 그 순간은 낡고 작은 역이 멈추지 않을 기차를 바라보며, 스치는 바람만 남기고 떠나버린 뒷모습만 지켜보는 간이역처럼, 나 역시 찾는 사람을 기다리지 말고, 스치는 사람을 기다리지 말고, 나 스스로가 나에게 존재의 이유를 찾아줘야 한다.

바라보는 것과 지켜보는 것 그것은 순간의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난 아직도 많은 시간을 나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 남아 있고, 그 시간을 외롭다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찾는 사람 하나 없어도, 스치는 사람 하나 없어도 내가 외로워하는 것 그건 나 스스로를 억압하는 시간들일 것이다.

내 존재의 이유를 찾는 것은 누군가에게 증명하여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증명하려 하니 내가 나를 힘들게 만들었고, 그 힘든 시간이 외로움이었고, 그 외로움이 많은 날들을 눈물로 지새우게 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나를 위해 그냥이면 충분하다.

이젠 증명하려 하지 말고, 나에게 찾아줘야 한다.


내 존재의 이유는 증명하는 것이 아닌 찾아주는 것이며, 그것이 찾아진다면 난 이제 눈물 흘리는 날들이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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