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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예비작가 Jan 15. 2024

잡지 못한 날들

나를 믿어야 한다.

난 푸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 푸르던 시절이 언제까지 계속될 거라 생각했다.

내가 푸르던 시절에 하얀 꽃잎 가득 피어있는 모습이 있었다.

그 하얀 꽃잎은 활짝 피어 감춘 속 모습을 보여준다.

향기 가득하여 하얀 꽃을 찾아오는 것이 많아지고, 쉼 없이 너를 찾는 시간은 계속되었다.

그런 시간이 흘러 활짝 핀 하얀 꽃잎도 부는 바람에 한 잎, 두 잎 날려 간다.

푸르던 그 모습의 나를 남겨두고 바람을 따라 날려간다.

푸르던 난 바람에 이끌려 떠나는 너를 지켜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그 자리에 서있어야 했다.

푸르던 그때의 난 내 모습이, 내 마음이, 내 몸이 컸다고 생각했다.

바람에 하나 둘 떠나가던 하얀 꽃잎을 보며, 결코 내가 크지 않음을 보게 되었다.

아직은 하얀 꽃잎을 지킬 힘이 부족했다는 것을, 아픈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을, 그리고 바람을 막아줄 큰 푸른 나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인정하지 못했다.

바람에 날려 떠나는 마지막 하얀 꽃잎을 바라보며, 슬퍼하고 마음 아파했다.

나는 바람을 막아줄 그런 큰 푸른 나무가 아니었다.

나는 하얀 꽃잎을 붙잡고 있을 힘이 없었고, 내가 꽃잎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가 가진 능력이 부족하고 나약하다 생각했다.

마지막 떠나는 꽃잎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며,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며, 부족한 나의 푸르름이 단단하지 못해 나에게서 시작된 하얀 꽃잎이 부는 바람에 따라 흔들렸으며, 그 바람을 따라 나에게서 떠났다는 사실에 나를 원망했다.

나에게 좀 더 강한 힘이 있었다면,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꽃잎을 붙잡고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바람에 하얀 꽃잎이 나에게서 떠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나 둘은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만큼 내 마음이 크지 못했다.

나의 푸르름이 부는 바람을 막아줄 정도로 크지 못했다는 것을 마지막 하얀 꽃잎이 떠나기 전까지 나는 몰랐다.

내 푸르른 몸도, 내 마음도 어느 하나 받아들일 정도로 성숙되지 못하고 쉽게 상처를 받고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푸르름이 영원하다 생각했던 순간부터 하얀 꽃잎이 나의 푸르름에서 시작을 했고, 나의 영원하다는 생각 속에 너도 그렇게 나의 푸르름 속에 언제까지나 머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난 내 푸르름이 너를 항상 머물러 있게 할 수 없었으며, 시간이 지나는 날들에 너는 가야 할 길을 찾아 부는 바람에 도움으로 그 길을 떠난 것이다.

하나 둘 그렇게 마지막 하얀 꽃잎까지 가야 될 길을 떠났다.

나의 푸르름도 어느덧 색이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슬퍼하던 어느 날에서야 알게 된다.

마지막 하얀 꽃잎이 떠나던 날부터 나의 나약함과 작은 모습에 슬퍼하고 스스로를 원망하며 보내버린 시간에 진정으로 내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나는 변해가고 있다.

이제는 나도 푸르름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천천히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돌아보니 시간이 지나 붙잡지 못한 날들이 되어 버렸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어느 날에 내 푸르던 모습이 마지막 나뭇잎마저 붙잡지 못하고 떠나버려 이제는 온전히 나 스스로가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을 견뎌야 하는 날이 찾아왔다.

이런 견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푸르던 그때보다 조금 더 커질 수 있도록 단련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지금의 견딤이 비록 힘들지만, 이 시간을 견디면 분명 지나갈 시간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다시 푸르던 그 시간이 찾아올 것이고, 그 시간이 찾아오면 분명 그때 피어난 하얀 꽃잎이 나에게서 다시 피어날 것이다.

나에게 어제는 끝난 시간이지만, 오늘은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시간이다.

끝이 있다는 것은 모든 걸 포기하는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순간이라는 것을 나는 알아야 한다.


찬바람을 이겨내는 시간이 분명 고통스럽고 견디기 어려운 시간일 것이다.

이 시간은 지나가는 어제가 될 것이고, 내일이 찾아오는 오늘이 될 것이다.

그렇게 견디고 이겨내면 분명 난 지난 푸르름보다 더욱 큰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것이고, 그때보다 좀 더 오래 하얀 꽃잎이 나와 함께 할 것이다.

나에게 모든 순간 포기하고 싶었던 시간이 지나가는 순간이 찾아오면 새로운 출발이 되는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지금 나의 나약함에 슬프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자.

지금 시간은 어차피 지나가면 어제가 될 것이고, 새로운 내일은 오늘이 될 것이다.


그렇게 난 어제의 나보다 더욱 커지고 단단해진 푸르름을 간직한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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