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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보다 웃음 포인트

눈 즐거움 보다 배려

by 나철여

미국 시애틀에서 국경을 통과해 세 시간을 달려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했다.


지금껏 여행 중에 즐기던 호텔조식뷔페가 아니다.

컨티넨탈 식이다. 해뜨기 전 여섯 시부터 서둘러 식사를 하는 초간단 메뉴에 일회용 접시와 포크긋한 식사와 담소는 여행 내내 거의 없었다.


패키지여행을 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시간 지키기>는 정해진 일정을 빈틈없이 소화하기 위함이며 모두에 대한 배려다.

숙소에서 50분가량 차로 달려 트왓슨 부두로 갔다. 일찍부터 BC페리호를 타기 위해 탑승줄이 인산인해였다. 차도 실은 배를 탄다음 밴쿠버 아일랜드까지 한 시간 반을 간다.

배타기 전 기다리며 항구의 북적대는 쇼핑몰도 구경


배에서 내려 다시 17번 하이웨이를 따라 30분, 드디어 빅토리아 다운타운에 입성했다. (표지는 BC정부청사 앞)


잠깐이라도 앉아, 지나가는 차와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냥 빅토리아에 눌러앉아 살고 싶었다.

온통 화려함이다.

폰에 다 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진짜 화려한 꽃정원으로 갔다. 100여 년 넘게 가꿔온 드가든으로.

그날 중식은 일식 눈즐거움과 함께 입즐거움도

다시 배를 타고 밴쿠버로 돌아갔다.

내일은,




이날 에피소드;

가이드가 이제 호텔숙소까지 마지막 휴게소이니 모두 미리 다녀 오라고 했다. 두 시간마다 쉬는 모든 휴게소는 거의 화장실을 가기 위한 것 같았다.


차 안에서 각자의 메뉴를 정했다. 미리 시간 맞춰 석식 주문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땅덩어리가 넓은 캐나다를 실감케 한 것은 몇십 마일을 달려도 휴게소는커녕 마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구간도 있었다.

여행 때마다 생기는 변비는 어김없다. 사흘째였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오더니 급해졌다. 조금 전 휴게소에서도 기미가 없었다.

약근에 힘조절도 한계에 다 달랐다. 끄응 차!!

염치 불고하고 가이드에게 급하다는 신호를 보내니 다행히 푸세식 화장실이란 게 있다며 차를 세웠다.

다른 사람들도 잠시 내려 허리를 펴고 스트레칭을 하며 주변경치를 보고 있었다. 안한 마음뿐인 를 위한 배려였다.

예약된 식당은 미리 차리는 음식뿐 아니라 폐점시간도 지켜줘야 했다. 가이드는 식당과 계속 통화를 하며 속도를 내고 있었던 터라 가이드의 눈치도 보였었다.

그럼에도 모두 전혀 개의치 않은 분위기다. 다행히 식당 도착시간도 제시간에 맞췄고 한식전골도 한국에서 못 먹어본 훌륭한 맛이다. 미리 속을 비운 이유만은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똥줄타지 않았을 텐데 )


여행 중 그들의 짧은 배려가 이렇게 오래 기억된다.

지금이야 웃지만 그땐 아무리 좋은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여행에선 뷰 포인트보다 웃음 포인트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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