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을 보내는 감사
마른 멸치 고추장에 푹 찍어 올리며
인생을 논하던 오빠
김치 위에 멸치하나 올려놓고
인생의 궁합과 맛을 견주던 오빠
단풍처럼 곱게 물들이고
가을하늘로 떠난 그 자리에
우린 섰습니다.
그리고
우린
이 가을 끝자락에 다시 불러 봅니다
각자의 호칭으로
주어진 자리에서
사랑했노라고
감사했노라고
행복했노라고
마지막 호흡을 끌어올리며
그동안 고마웠다고 한 말을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한 말을 우린 기어코 기억합니다.
[2025.11/20 오빠에게 보내는 추모의 시 ]
어제는
오빠가 췌장암으로 떠난 지 두 해째이다.
둘째 오빠는 남편과 고등학교 친한 동기동창이지만 성격도 다르고 자란 환경도 너무나 달랐다.
훗날, 둘도 없는, 격 없는 처남매부 사이가 되었지만 훌쩍
먼저 떠나버렸다.
어깨동무했던 두 사람,
남편의 어깨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데
빙그레 웃던 오빠의 그 웃음기가 아직 내 가슴에 남아있는데...
<웃자>
단풍이 들수록 겉으로 웃지
나이가 들수록 속으로 울지
나이가 들수록,
속으로 흐르는 눈물을 볼 수 있지.
척 ㆍ척
좋은 척 예쁜 척
척 척하다 보면 아주 가끔 아주 조금씩,
좋아지고 예뻐지지.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지.
바닥을 쳐본 사람이
더 높은 곳에 살고 있지,
그렇지
그렇게 웃자.
[2025.11/20. 이 가을 끝자락에 보내는 감사의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