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플펀치 Apr 09. 2023

결혼에 대하여

인생은 타이밍

오랜만에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아는 동생이 만나던 분과 좋은 결실을 맺어 결혼을 한다고 한다. 거의 1년여 만의 연락이지만 좋은 소식은 언제나 반갑다. 매일 보는 사람이나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회사 사람들 아니고서야 자주 연락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이라는 결정의 무게와 연락하는 사람의 심정을 잘 알기에 정말 데면데면한 사이가 아니라면 최대한 결혼식에 참석하려 한다.


결혼은 신성한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건 어찌 보면 스쳐가는 인연이 될지도 모르지만 결혼은 다르다. 결혼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렵고 그 사람과 결혼까지 이어지는 것은 더욱 어렵다.


최근 결혼 적령기가 된 지인들 소개팅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기에 상대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아보려 노력했다. 조건이 잘 맞는 것 같으면 상대가 거절을 하고 상대가 원하지 않는 사람은 그 사람을 찾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연애프로에서나 보던 엇갈린 사랑의 작대기 같은 상황이다.


문득 아내와 처음 만났던 소개팅이 생각났다. 서른 살이 되던 그 해 여름은 폭염을 넘어 밖에 나갈 수 없을 정도로 무지 더웠다. 그럼에도 소개팅을 강행했고 나이와 직업 그리고 서로를 알아보기 위한 사진 한 장만 가지고 소개팅에 나가게 되었다.


첫인상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얼굴 같았다. 분명 초면인데 묘하게 낯이 익었다. 더위는 온데간데없고 이야기가 잘 통하고 결혼하면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니 새벽 한 시가 넘었고 집에 오는 택시에서 이 사람과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아내와 얘기하면 서로의 기억이 다르다. 결혼생각은 나 혼자 하고 있었고 그때의 나는 공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사회초년생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아마 결혼은커녕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인생의 타이밍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고 눈앞에서 놓칠 수도 있다. 여의도는 봄꽃축제 행사가 한창인데 이미 꽃이 피고 비바람에 다 져버려서 오래간만에 한산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꽃은 다시 핀다는 것을. 다시 기다려본다. 아니 준비한다. 다시 꽃이 피는 그때를.

매거진의 이전글 MZ로 살아남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