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채팅방을 통한 소통 이면에 감춰진 생각들
독자 여러분, 현재 여러분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채팅방은 몇 개나 될까요?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그룹 대화를 통해 얻는 즐거움은 분명 있지만, 그 안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 소리와 무수한 대화들로 인해 여러분도 피로감이나 탈출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는 순간이 있지 않으셨나요? 최근에는 단체 채팅방, 일명 '단톡방'의 무리한 이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소통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고등학교, 대학교, 동아리, 회사, 그리고 다양한 모임을 위해 임시로 만들어진 단체 채팅방은 우리가 갖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커뮤니티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며, 서로 간에 정보나 소식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됩니다. 이 중에는 반드시 필요한 소통 과정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단체 채팅방의 알림은 끊임없이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마음은 수 분 사이에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갔다가, 회사 업무를 처리하러 갔다가, 저녁 식사 메뉴를 생각하다가, 그렇게 분주하게 왔다 갔다하게 됩니다. 이렇게 디지털시대 우리의 삶은 일상적으로 분주하게 이루어지면서도 동시에 각각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제게 단체 채팅방에 참여하고 소통하는 것이 부담감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커뮤니티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그 과정에서 현실의 중요한 순간들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운동 모임 등에서는 그 만남의 순간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끊임없는 알람 소리들은 오히려 현실에서의 교류를 방해하고, 어느덧 실제 대면 소통보다 디지털 상의 소통이 제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최근에 카카오톡의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업데이트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러한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것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단체 채팅방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로 보일 수 있습니다. 잠시 현실 세계에 집중하다가 단체 채팅방으로 돌아오면, 때때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알림과 대화 내용을 따라잡기 어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때로는 일종의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조용히 나가기'로 해결되기 힘든 문제들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나의 필요와 요구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단체채팅방의 적절한 운영과 참여에 대한 접근방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강제적이고 무분별한 참여를 피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정보와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주체적인 관계의 설정이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극단적으로 카카오톡 자체를 탈퇴, 삭제 해버리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단톡방을 나가거나 알림을 꺼두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디지털디톡스 실천 방법입니다. 아니면 하루 중에 특정 시간을 설정해놓고 알림을 확인하고 단체채팅방 대화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무분별한 단체채팅방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기보다는 현실의 소중한 순간들에 집중하고, 자유롭게 디지털 세상을 활용하기 위한 나만의 룰을 만들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일상에서 출퇴근 시간에 약 한 시간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 동안, 저는 휴대전화를 손에 쥐는 대신 책을 펼치곤 합니다. 이렇게만 해도 일주일에 책 한 권 정도는 충분히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때로는 습관적으로 휴대전화로 뉴스를 접하거나 다른 활동을 하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것은 어디서든 가능한 일 아닌가?' 대중교통에서는 책에 집중하기로 약속한 나 자신에게, 그 시간은 책을 읽는 것이 적절하다고 느낍니다. '적어도 이 한 시간 동안은 그 약속을 지키자.' 그런 생각을 하며, 저는 휴대전화 대신 책을 선택하곤 합니다.
불필요한 알람과 대화가 줄어들 수록 실제로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는 일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이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도 연락을 준다거나, 또는 내가 기꺼이 만나고자 하는 일의 경우에는 그 시간과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만남의 밀도가 이전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만남에서는 상대방의 표정과 목소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그랬을 때 한 번을 만나더라도 상대방과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진한 여운을 갖을 수 있었습니다. 언제 만나더라도 반가운 사람이라면 굳이 억지로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도 관계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