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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기훈 Jun 19. 2024

[二輪紀行] #004 44번 국도 인제-양양

오색령이든 한계령이든

나는 이곳에서 얻은 평온을 기억할 것이다.
설악산이 내게 준 감동은 내 삶의 이정표가 되어 언제나 높은 곳에 서 있을 것이다.

 44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한계교차로에서 46번 국도 방면으로 좌회전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44번 국도를 따라 설악산생태탐방원을 지나 한계령으로 향하게 된다. 한계령은 인제군과 양양군 사이, 해발 920미터에 이르는 고도 높은 곳이다. 인제군 북면 한계리와 양양군 서면 오색리의 경계를 이룬다. 같은 곳을 인제군에서는 한계령이라 부르고, 양양군에서는 오색령이라 부른다. 휴게소 앞에는 커다란 비석에 오색령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가수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 덕분인지 한계령이라는 이름이 더 알려져 있는 듯하다.


 휴게소를 지나 오색리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가파르고, 헤어핀 커브가 많다. 해발고도가 높아 겨울이 빨리 오고 길게 머문다. 무리하지 말고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해 조심히 내려가야 한다.


 가파른 굽이길이 끝나는 지점에 오색약수가 있다. 초전리 광천수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자연 탄산수가 나오는 곳이다. 약수터는 물이 계속 흐르는 형태가 아니고, 계곡 바위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바위틈 사이로 물을 가둔 공간이 있다. 호기심에 나도 물을 한 바가지 길어 마셔본다.


 오색리에 가기 전 한계령휴게소 바로 밑에 교차로가 하나 있다. 이 길로 빠지면 필례약수터로 갈 수 있다. 필례약수는 단풍으로 유명한 설악산에서 가을 풍경이 절정인 곳이며, 이순원의 소설 '은비령'의 배경이기도 하다. 한계령의 샛길로 이곳도 여전히 길이 험하고 좁다. 마음먹고 가지 않으면 지나기 어려운 길이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구경하고 내린천을 따라오다가 은비령을 지나 오색리로 돌아올 수도 있다.


 조침령터널을 통과해 북쪽으로 가면 다시 한계령을 지난 길과 만나 양양읍으로 향한다. 미천골을 지나 남대천과 합류하는 구간부터 경치가 좋다. 남쪽으로는 유명한 구룡령을 지나게 된다. 구룡령 구간은 전 구간이 헤어핀 구간으로, 양양 방향으로는 고도차도 800여 미터에 달하는 험준한 길이다.


 한계령의 고도를 넘으며 느끼는 숨막히는 경치와, 가파른 내리막길의 긴장감이 교차하는 순간들. 산과 계곡이 주는 자연의 생명력을 느낀다. 구름조차 쉬어가는 구백고도에서도 바위 틈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물소리, 울창한 나무 사이로 햇볕은 나를 잘도 찾아온다. 잠시 오토바이의 엔진을 멈추고 대신 바람이 내는 소리로 귀를 씻어낸다. 일상의 소음 속에서도, 나는 이곳에서 얻은 평온을 기억할 것이다. 설악산이 내게 준 감동은 내 삶의 이정표가 되어 언제나 높은 곳에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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