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二輪紀行] ep 01. 포항에서 영덕
[二輪紀行]
오늘이 지나도 삶은 여전히 아름다울 것이다.
온 세상은 봄의 따스함에 젖어들었지만 내 마음은 아직 쌀쌀했다. 그동안 바빠 잊고 지냈던 두 바퀴, 오토바이에 오랜만에 시동을 걸었다. 길을 달리는 오토바이의 진동이 오늘 나의 마음을 깨운다. 봄바람은 가죽재킷을 뚫고 내 살갗에 닿는다. 오늘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상실로 가득한 오늘,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채운다. 오토바이 면허 따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바다를 찾아 나섰다. 마음이 무겁다. 핸들을 잡는 손이 무겁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한 시간만, 딱 한 시간만 달려 바다를 보고 싶었다. 7번 국도, 포항 시내를 빠져나와 화전해수욕장에 이르러서야 길은 제법 그 이름값을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멈추고 싶지는 않다. 길을 따라 늘어선 펜션과 리조트, 카페들이 번잡하기만 하다. 내가 원한 것은 태초의 바다,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어색하게 장식된 도시 공간은 지금의 내 기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화전해수욕장에서 5분만 더 달리면 장사해수욕장이 나온다. 빽빽이 들어선 해송과 장사상륙작전의 이야기가 흥미롭지만, 오늘은 그저 지나가는 풍경으로 남겨두고 싶다. 나는 그 길로 멈추지 않고 영덕의 고래불해수욕장을 향해 달렸다. 오늘 낮 최고기온이 28도인 서울과 달리, 포항의 낮은 2시에도 시원하다. 반듯하게 뻗은 국도와 탁 트인 시야도 한몫하는 것 같다.
1시간쯤을 내달려 도착한 바다에서도 나는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바다를 바라본다. 깊은숨을 내쉰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슬픔은 추억이 되고, 아픔은 잊힌다. 돌아가는 길,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상실을 경험한 오늘, 바다는 위로를 주지만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돌아가는 길, 일상의 무게가 느껴진다.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 이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상으로의 복귀는 새로운 시작이다. 상실의 아픔은 잠시 내려놓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나의 선택이다. 오늘의 선택은 나에게 큰 의미가 될 것이다. 오늘을 통해 나는 더욱 강해지고 성장했다. 앞으로의 일들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포항 시내에 들어서자 어느덧 해는 기울고 있었다. 오늘이 지나도 삶은 여전히 아름다울 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밝을 것이다. 나는 두 바퀴 위에서 그렇게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