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매거진을 읽는 당신이 커플이라면, 당신이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의 모습은 어땠나요? 연인과 어떻게 어색함의 폭을 줄여야 할지 고민하며 말과 행동을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하진 않았었나요? 저희 부부가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의 모습이 그랬었습니다. 저도 아내도 서로 조심스러웠고, 특히 아내는 전혀 연애상대로 고려하지 않았던 친구와 연애를 시작했던 것이기에 더 낯설었던 것이죠.
그렇게 서로를 조심스러워했던 저희였기에, 가까워지는 데에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습니다. 대개의 커플이라면 '손잡기' 정도는 가벼운 느낌으로 해내는 것이겠으나, 저희에게는 그조차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분명 서로 좋아서 사귀는 사이는 맞지만, 연애를 시작하고 며칠이 지나도 저는 아직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떨리는 상태였으니, 그 상태에서 손잡기를 시도한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저희가 겨우 손잡기를 성공한 건 처음 사귀고 1주일 정도가 지나서였습니다. 아내와 같이 동아리 방에 있다가 나갈 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서서 걸어가는데, 그때도 손을 잡지 않는 모습을 본 동기 한 명이 아직도 손을 잡지 않냐며 손잡고 걸어가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아내가 갑자기 제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아 그래. 손잡아!
'사귀면 꼭 다 당연히 바로 손잡고 그래야 하나?'라고 생각을 하던 아내의 대답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 손을 뻗어 제 손을 딱 잡고 같이 길을 걷게 되었죠. 얼떨결에 '손잡기'를 성공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어땠냐고요? 저는 정말로 너무 긴장한 상태였었습니다. 오죽하면 손잡고 열 걸음 정도 걸은 뒤에 제가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을 정도였어요.
이렇게 손 잡으니까... 되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내는 제 말이 너무 웃긴 나머지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던 저로서는 그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저희 부부는 사귄 지 며칠 만에 '손잡기'를 성공했고, 이후로 몇 번을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손을 잡는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손을 함께 맞잡은 지 얼마 안 되어 저희는 스무 살로서의 첫 학기를 마쳤습니다. 고향이 대구인 아내는 기숙사에 갖고 왔던 짐을 모두 비워 본가로 택배를 부쳤고, 아내 또한 대구로 내려가 방학을 맞을 준비를 했죠. 본가가 서울인 저는 아내가 내려가는 날에 맞춰 함께 데이트를 했었고, 대구로 내려가는 KTX에 아내가 승차하고 떠나는 순간까지 함께 했었습니다. 느리지만 매일 함께 캠퍼스를 걸어 다니던 저희에게 이 시간은 아쉽기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