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수술방과 엄마

by 수윤

이제 수술에 들어가려나 보다. 내가 누운 침대의 고정장치를 풀고 누운 채로 이동했다. 천정의 불빛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장면인데. 수술실 앞에서 파마할 때 쓰는 비닐 모자를 쓰고, 침대를 바꿔 누운 뒤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찰그락거리는 쇳소리, 소란스러운 분위기, 차가운 공기가 내 몸을 굳게 만들었다. 겨드랑이에 부분마취를 한 뒤, 수술방으로 곧장 들어갔다.


수술방도 어수선했다. 이윽고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수술이 시작되었다. 깨어있었기 때문에 수술방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내 수술은... 잘되어가고 있지 않았다. 뭔가 문제가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숨죽여 기다리는 것, 제발 성공하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비는 것뿐이었다. 수술방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오갔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오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혈관이 잘 보이지 않아 MRI를 찾으셨는데, 내 MRI가 없었던 것. 아차 싶었다. 내가 MRI를 찍지 않아 수술이 실패하면 어쩌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과거의 내가 바보 같고, 한심했다.


자책과 기도와 걱정과 자기 위로를 반복하고 있는데, 내 얼굴을 가린 커튼 옆으로 한 얼굴이 불쑥 들어왔다. 수술해 준 의사 선생님인 듯했다.

"어쩌다가 다쳤어요?"

"아빠 공장에서 일을 도와주다가 기계가 내려와서 깔렸어요."

"프레스 기계인가요?"

"프레스는 아니랬는데, 뭔지 모르겠어요."

횡설수설하며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했다.


선생님은 다행히 수술은 잘되었는데, 3일이 가장 고비이고, 일주일 동안 절대 안정을 취하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도 수술이 잘되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엄마한테 당장 이 소식을 알려주고 싶었다. 엄마는 코로나 검사를 하고 들어온다고 했으니, 이제 나가면 엄마가 있겠지? 수술하는 내내 겁이 났고, 무서웠고, 외로웠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29살 먹고도 무서우니 엄마가 보고 싶었다. 익숙한 향을 맡으며 울고 싶었다. 누가 나를 철없는 어른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기대와는 달리 수술실 밖에도, 병실에도 엄마는 없었다. 병실에 돌아와 보니 저녁 10시였다. 저녁식사가 준비될 때쯤 수술방으로 갔으니 4시간의 수술이었다. 링거가 주렁주렁 달려 무거운 왼 손을 들어 휴대폰을 찾았다. 엄마에게 전화하니 코로나 검사 결과가 안 나와서 아직 못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런 망할 코로나.. 엄마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엄마도 밖에서 애가 타는 것 같았다.


2시간쯤 기다렸을까? 병실 문에서 엄마가 보였다. 엄마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사고가 난 후, 처음으로 울었다. 수술도 잘 끝났고, 엄마 얼굴도 보니 안심이 되었던 것 같다. 서로 끌어안고, 엄마도 나도 엉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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