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 피부, 근육, 뼈, 신경, 혈관이 분리된다. 접합수술은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이어주는 수술이다. 상상으론 원래 있던 자리에 갖다 놓고 봉합만 하면 될 것 같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수술의 핵심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혈관'이다. 혈관은 생명줄과 같다. 아무리 뼈와 근육, 피부, 신경을 성공적으로 접합해도 혈관이 피를 제대로 공급해주지 않으면, 그 조직은 죽는다.
하필 가장 중요한 혈관은 아주 얇고 약하다. 그리고 변수가 많다. 혈전이 생겨 피의 흐름을 막을 수도 있고, 물리적인 움직임으로 혈관이 끊길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손가락에 해당하는 혈관은 특히나 예민하다. 손의 혈관이 심장과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입원하고 처음 알았다. 긴장하거나 불안하면 손이 차가워지고 식은땀이 나는 게 손까지 피가 원활히 돌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나는 굉장히 어려운 미션을 부여받았다.
- 불안해하지 않기 (갑작스러운 사고 자체가 굉장히 불안하지만.)
- 편안하게 쉬기 (남녀노소 16명이 한 병실에 모여 시끄럽고 불편하지만.)
- 움직이지 않기 (오른손은 항상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두기.)
그중 가장 어려운 게 있다면, 불안해하지 않기와 편안하게 쉬기였다. 도저히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 병실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절단 환자들은 중환자실이라 불리는 한 병실에 모두 함께 있는다. 8인실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국적불문하고 섞여 있는다. 실제로 내 왼쪽에는 젊은 동남아 남자 환자였다. 거기에 간병인은 무조건 포함이라 총 16명의 사람이 좁은 병실에 상주한다. 손가락의 용태를 봐야 하기 때문에 불은 24시간 환하게 켜두고 있는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편하게 쉴 수 있을까? 간병인들은 TV 소리를 크게 켜놓고 떠들고, 내가 커튼을 치면 TV가 안 보인다고 커튼을 홱하니 열어젖혔다. 주치의 선생님이 커튼 쳐놓고 있어도 되니까 최대한 휴가 왔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셨지만, 그게 어디 제 마음대로 되나요?
나의 경우 수술 직후부터 3일까진 아주 예쁜 분홍색이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나이가 어려 혈전이 생길 확률도 낮고, 상황이 좋다고 말씀하셨고, 가장 위험한 3일을 넘겼기 때문에 한시름 놓았다. 그런데 3일 후부터 점점 손가락 색이 짙어졌다. 점점 의료진이 나에게 오는 일이 잦아졌다.
보통의 경우엔 의료용 거머리를 손가락에 물려 피가 순환되도록 돕는다. 내가 있던 병실에서도 절반 정도는 거머리를 물리고 있었다. 그렇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거머리를 붙이고 있는 동안은 간병인도, 환자도 제대로 잠을 못 자기 때문에 아주 힘들었다. 거머리를 오래 물리고 있었던 아저씨는 피를 너무 많이 빼서 수혈을 하기도 했다. '나도 저렇게 거머리를 손가락에 붙이고 있으려나? 엄마가 고생하겠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나는 거머리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재수술 대상자였다. 나는 수술 방법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재수술을 해서 상태를 봐야 한다고 했다.
수술한 지 5일째 되던 날, 주치의 선생님이 새벽에 사복 차림으로 나의 상태를 확인하러 오셨다. 알고 보니 오프인 날인데, 나 때문에 출근하신 거였다. 결국 그날 재수술을 확정 짓고, 바로 금식에 들어갔다. 재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선생님은 내려가서 일단 상태를 볼 거고, 상황이 좋지 않으면 다시 절단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오 마이 갓.
다시 절단을 해야 한다는 말보다 수술실을 또 가야 한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