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더 반기는 새 남편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에 올린 칼럼입니다.
'옥동자둘'님께서 초등생 둘 키우는 이야기 요청하셔서 한 글자 적어봅니다.
어쩌면 애들이 제 인생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습니다.
"엄마 미워!! 엄마랑 말 안 해!!"
오늘은 아침부터 소란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와 애엄마가 옥신각신 하고서는 딸이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무슨 일이 있냐고 와이프에게 물었더니 허탈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니... 나는 어제 교육 듣고 그대로 한 거뿐인데..."
"무슨 교육??"
딸아이가 남동생과 자기중 누가 더 좋냐고 엄마에게 물었더니 와이프는 딸도 아들도 아닌 '아빠'가 제일 좋다고 했다네요.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큰 딸은 아빠인 저를 째려보며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본 아들은 아빠가 엄마의 1순위라는 말에 충격을 먹은 듯 멍한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봅니다.
"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사이좋은 모습이 아이들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데... 어제 육아교육에서 들었어"
사실 서열 최하위인 제가 순간적으로 넘버원으로 등극한 이유였습니다.
7년간 장사를 하면서 저의 퇴근시간은 밤 10시 이후였습니다. 그중 2년 이상을 주말부부 생활을 했습니다. 그 때문에 큰애의 5~6살 작은애의 3~4살은 제 기억에 없습니다. 아빠로서의 역할에 경제적 부분만 중점적으로 생각했으며 아이들에게 사랑표현이 서툰 아빠였습니다. 아마도 작년까지 그랬습니다.
저와 다르게 와이프는 인생의 목표가 애들을 잘 키우겠다는 신념과 기준이 확실한 사람입니다. 결혼 전 교육 관련일을 했었고, 학습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자 하는 열정적인 엄마이기도 합니다. 관련 책도 많이 읽고 강의도 찾아가며 듣는 편입니다.
"애들이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잖아... 그런데 그건 부모에게 보고 배울 것이 없는 경우 친구영향이 아주 크게 미친데. 부모가 바른 가치관과 행복한 가정을 만들면 아이들의 가치관과 행복의 기준이 외부요소에도 흔들리지 않는데."
와이프는 육아 강좌를 듣고 와서는 저에게 짤막한 2차 강의를 해 주었습니다.
저는 지난 10년간 와이프와 언성을 높여가며 싸웠고, 애들 보는 앞에서 결혼사진을 망가뜨리거나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서는 2~3일 동안 연락도 없이 기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애들이 들어서는 안 될 말도 서슴없이 했었습니다. 주위에서도 그렇게 살 거면 이혼하라고 했었죠.
저희 집에 변화는 저에게부터 찾아왔습니다. 사업이 망하고 결국 행복하자고 했던 일들이, 부족함 없이 애들을 키우겠다는 금전적인 목표가 무너지고 나서야 바뀌게 되었습니다. 와이프와 아이들에게는 돈만 쫒는 남편과 함께하지 않는 아빠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작년부터 와이프와의 관계개선이 시작되며 아내를 자주 안아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정한 말투와 집안일을 같이 함으로써 와이프의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졌습니다. 싸우는 모습보다는 사이좋은 관계가 유지되니 와이프도 애들 앞에서 아빠의 흉을 보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저에게 거리를 두었던 아이들도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12월에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우리 딸! 우리 아들! 2023년에는 헌 아빠 말고 새아빠 오기로 했어!!"
"원래 남편 떠나고 다른 남편 오는 거야?"
애들보다 더 신난 건 와이프였습니다.
"새아빠는 어떤 아빠였으면 좋겠어?"
"담배 안 피는 아빠!"
"잘 놀아주는 아빠!"
"맛있는 거 많이 해주는 아빠!"
그리고 2023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담배를 끊었고, 애들과 함께 수영장을 다니고, 엄마대신 요리도 종종 합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부부의 관계 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항상 공부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합니다.
많은 부부들이 쉽게 이혼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부부는 비즈니스 계약이 아닌 일심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요. 결혼 12년 차에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부부는 오른손 왼손입니다.
오른손에 무거운 것을 들고 있다면 왼손이 나눠들 수도 있고 오른손이 다치면 왼손으로 필기도 하고 숟가락도 들 수 있습니다. 누가 오른손이고 왼손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국 무거운 것을 들기 위해서는 두 손을 함께 써야 합니다. 기쁠 때는 박수를 치고, 힘들 때는 두 손 모아 기도를 해야 합니다.
저 또한 '이건 내가 할 일이고 저건 당신이 할 일이야'라고 선을 긋고 살았던 10년이 있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부분이 육아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잘못된 생각입니다. 늦었지만 와이프에게 미안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빠! 우리 친구들은 다 봤는데 나만 못 봤어!!! 심지어 담임선생님도 보셨데!!"
"그 영화가 뭔데 그래?"
"스즈메의 문단속!"
"그럼 엄마에게 자유시간 주고 우리끼리 갔다 올까?"
"응"
저번주 우리는 극장에 갔습니다.
아마도 제가 10년 만에 갔던 극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는 처음으로 같이 가는 극장이기도 했습니다. 팝콘과 콜라를 먹으면서 함께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영화얘기를 한참을 하다가 다이소에 가서 강아지 인형도 샀습니다.
"아직 우리가 진짜 강아지를 키우는 건 엄마가 안된다고 했으니까 우리 이 인형을 진짜 강아지처럼 키울까?"
"좋아 좋아!!"
"이름은 밤순이 어때?"
"ㅎㅎㅎ"
아이들은 바뀐 아빠를 많이 좋아합니다. 먼저 제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달려와 안기기도 합니다. 뉴진스를 좋아하는 딸과 종이 접기에 진심인 아들이 있습니다. 딸의 머리를 말려주면서, 아들은 씻겨주면서 둘만의 얘기를 많이 합니다. 엄마 모르는 둘만의 비밀도 이제는 많이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의 부모님도 저를 키우실 때 지금 제 마음이었을 겁니다. 줄을 서서 '우뢰매' 영화도 같이 봤었고, 강아지 "뽀삐"도 같이 키웠습니다. 먹고 싶다던 양념통닭도 집에서 손수 해주셨습니다.
이제는 제가 받았던 사랑을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줘야 할 시간입니다.
참 힘든 부모역할이지만 부모이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이 행복을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일도 하고 건강관리도 해야겠죠.
물질적인 목표는 이루고 나면 허무하지만
행복이라는 목표는 이루고 나서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
-어느 게시판 댓글 중에서-
아침에 눈을 뜰때 새롭게 하는 기도가 있습니다.
'하나님. 오늘도 저에게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한 하루를 행복하게 잘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