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별 거 없다는 그 말.

by 아궁이

처음엔 매끈하고 아름다운 도자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추앙할만한 아름다움을 가진 고귀한 도자기.

예쁜 색으로 그림을 그려 넣고 더 빛나도록 유약도 발라주었다.

영원히 빛나고 아름다울 것만 같았다.


단단한 도자기에 조용히 균열이 생겼다.
처음엔 누구도 모를 만큼 가늘고 조용한 금 하나였다.

삶이란 망치가 두드린다

그리고 꾸준한 두드림 속에
그 실금 하나가 거대한 줄기를 만들고 점점 깊어지고 있다.
매일 이어지는 작고 무심한 충격들이,
그 금을 따라 서서히 내 마음까지 스며든다.
언젠가 ‘바사삭’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조용히 무너질 것만 같다.

모든 것이 끝나버린 줄 알았다.


깨진 도자기의 이음새를

금, 은, 옻칠로 메워 금이 간 흔적 자체를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예술처럼

내 인생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탄생시키는 중이다.


내 마음속 갈라진 틈새로 금덩이, 은덩이 보다 귀한 복덩이 아이들이

눈물로 사랑으로 나를 메워 준다.

미숙한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어가는데 깎여나간 시간들은 아프고 힘들었지만,

선물로 주신 아이들은 그 시간이 아플 줄 알고 하늘이 보내신 구급상자 같다.


휘청이는 나를 단단히 붙잡는 작은 손길,

방황할 때마다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아이들의 존재.

"엄마, 엄마는 엄마 없이 살아본 적 있어?"

"........."

"나도 안돼. 엄마 없으면 안 돼."


이제 나는 깨어진 작은 조각이 되어 우리 가정이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이루기 위해

남편과 아이들과 이어 붙어있다.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로...

그렇게 서로의 마음에 간 상처를 메우고 보듬으며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 가족으로 탄생 중이다.


인생을 생각하면 참 어렵고도 묘하다.
완성된 모습으로 주어지는 삶은 없다.
우리는 다만 미완성인 채로 만나 서로를 채우며, 부족함 속에서 조금씩 완성을 빚어간다.
그 길고 고단한 과정을 통해, 불완전함조차도 아름답다 느끼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인생, 별 거 없다는 그 말, 맞는 거 같다.

삶의 진짜 빛은 찬란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끌어안는 그 순간에 있음을 깨달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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