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먼저람서?
코로나 이후 이어진 경기침체는 국내외 바이오산업 투자에도 영향이 컸다.
그 여파는 우리 업계에도 고스란히 번졌다.
한 동안 줄던 채용으로 억눌린 이직 수요는 글로벌 기업들이 채용을 재개하자마자 한꺼번에 폭발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매달 빠져나가는 자들을 보며, 남은 우리는 짐을 나눠져야 했다.
높은 퇴사율은 부서 수익 창출에 직격탄이다.
이직의 주된 이유는 1,2년 동결된 연봉도 한몫을 했을 것이고, 한창 경력과 함께 연봉을 성장시키기에 관심이 많은 후배들은 한 곳에서 차근차근히 업무절차와 연구를 배우려는 이상적이고도 장기적인 목표보다 현실적인 목표, 그러니까 더 많은 복지와 혜택을 바라는 것이 사실이다.
인력이 대거 퇴사하면서 여러 프로젝트 모니터링이 지연되었고 milestone payment 역시 미뤄졌는데, 부서 간에 실적저조로 이어졌다.
이러한 일의 반복은 당연히 업무 퀄리티에도 영향을 미친다.
회사는 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다고
책임을 우리 본부, 리더십에게 물었다.
그 대가로 본부장님은 내부 공지 일주일 만에 쫓겨나듯 퇴사하였다.
새로 들어올 본부장은 이 업무 경력이 없다고 한다. 프로젝트 퀄리티 따윈 신경 쓰지 않으며, 근태와 실적만 강조하고 사람을 갈아 일을 시킨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제일 관건은 코로나시기부터 꾸준히 허락되었던 재택 근무제가 전면폐지되고 사무실 출근이 필수일 것이라 한다.
회사대표와 임원들은 정녕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직원의 퇴사, 그것도 연봉에 대한 불만족, 업무과중 등의 이유가 과연 본부만의 책임일까?
실적 목표 달성을 못하면 후임을 뽑아주지 않고
악순환은 반복된다.
가족친화기업, 직원 복지 우수 사업장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직장이라는 곳이 좀처럼 사람을 아끼지 않는데...
목표는 실적, 돈이다.
환자를 대하는 병원도 돈.
현재와 미래의 환자를 위한 제약회사도 돈.
신약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연구원도 돈.
그저 돈이다.
사람이 먼저라며?
M부서의 본부장이면서 부사장을 겸하고 있는 A전무 아래 있던 팀장과 팀원들이 다 그만두고 나갔단다.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A전무, 그 사람 때문에 힘들어 나간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그 A전무, 북미 프로젝트로 미국 클라이언트와 만나는 첫 미팅에서 만난 적이 있다.
줌미팅으로 진행되는 이 미팅에서 A전무는 아예 말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영어로 무례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같은 부서도 아니고 그 프로젝트 담당은 아니었지만, 글로벌 PM으로서 미팅에 들어간 나는 그 전무가 저지른 대답을 해명하고 부연하느라 애를 먹었었는데, 막아줄 수 없는 최악은 행동이 다 보이는 video on 미팅이었다는 것이다.
고성을 지르며 자기 팀원의 이름을 부르고, 마치 종 부리듯 하는 무식한 의사가 바로 여기 있소 하듯 다 보여주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은 고사하고 비지니스 매너(상하수직 관계가 아닌 수평적 코업 관계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가 더해질 때마다 점점 굳어가던 클라이언트 4명의 표정은 악몽 같았다.
'제발 그 입을 다무소서' 간절히 빌었던 50분간의 미팅.
그것이 그녀의 첫인상이다.
그 후로 6개월이 지났다.
입사 3개월 차 M부서 H팀장은 개인팀즈로 길고 긴 부탁을 한다.
"이번 한 번만 넘어가 주시면 안 될까요? 초기 검토를 A전무님이 하셔서 이제 와서 수정하겠다는 코멘트를 올릴 수가 없어요. 아시잖아요. 전무님 또 버럭 하시면 제가 정말 힘들어요."
너무 좋은 기회였기에, 미국까지 달려가서 어렵게 계약을 성사시킨 건 그 전무가 아니고 나였다. 기본 문서 번역 검수단계에서 이렇게 치명적인 부분들이 오역된 채로 최종화 할 수는 없었다. 이대로 기관에 제출되고 수행하는 사람들이 이대로 진행하다가는 계획서 위반 문제가 심각해질 게 뻔하다.
정말 화가 나서 그녀의 팀즈 호소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 팀에서 번역본 검수를 맡지 않았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실적을 위해 번역, 검수작업을 M부서에서 하겠다고 해서 겨우 클라이언트 승인을 받아줬는데, 이런 퀄리티로 나중에 문제 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번역문서를 꼼꼼히 봤다는 말을 반복하는 홍팀장에게 한 줄 한 줄 보여줬다.
겨우 30페이지까지만 봤는데도 문제가 많고 1페이지부터 발생한 오역은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설명했다.
그래도 막무가내이다. 끝내는 자기가 더 역정을 낸다.
"전무님 버럭 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저도 여기 버티는 중인데 그냥 이 부분은 넘어가주세요"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누구를 위한 프로젝트이고 일인가?
회사는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오래 남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먼저 떨어져 나가는 곳이다.
경영진에게 말하고 싶다.
실무를 모른다면 간섭하지 마라.
아랫사람에게 소리 지르지 마라. 귀한 남의 자식들이다.
독재와 의전을 바란다면 회사를 떠나라. 여러 사람 괴롭히지 말고.
실무진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진짜 당신네가 할 일이다.
사람이 먼저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