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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궁이 Jun 16. 2024

할매가 그리운 날

오늘 예배때

주안에있는 나에게 찬양하는데,

우리 할매가 생각나대.


명절에 놀러가믄

오전 11시믄 꼭 어디선가 나타나서

일하시던 채로

흙도 묻어있고 풀도 붙은 몸빼를 입고

머리엔 수건을 두른채로 방에 들어와서

같이 예배드리게 이리온나.


무릎을 꿇고 찬송을 부르고

세로줄로된 성경 같이 읽자고 중얼중얼 읽다가

기도를 하고 다시 나가서 일을 허시던 우리 할매.


주일에 교회가는 날은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참빗으로 몇 번을 빗고

자로잰듯 머리 가르마를 내어

깔끔하고 반듯하게 빗어 묶은 꽁지를 돌돌말아만든 쪽머리에 은비녀를 꽂으시고


흠흠 손에 침을 묻혀 바닥에 머리카락을 깨끗히 정리하시던 우리 할매.


예배시간 부르는 찬양이 울 할머니 18번이라,

'할머니 보고싶네' 하고 속으로 말을 걸어보았네.

근디 눈물이 왈칵...

그시절에 할매는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까

이 찬양을 부름서 얼마나 울었으까 싶대


[주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있으랴

 십자가 밑에 나아가 내 짐을 풀었네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내 갈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


근데... 할매한테도 이런 맘인디

울엄마빠 천국 가믄

보고싶어서 어쩐당가.


2024.06.16 주일

갑자기 생각난 울 정양순 권사님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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