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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Mar 24. 2023

나는 오늘도 흰 양말을 신어

‘그땐 그게 나의 표현 방식이었어’



너는 이렇게 추운데 왜 흰 양말을 신고 다닌다고 난리야? 발 시리다고 엄마는 말했다!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한다고~ 나 흰 양말 신고 학교 갈 거야!


나의 초등학교 5학년쯤 얘기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 나한테 이렇게 귀여웠던 시절이 있을 줄 몰랐다고 할 거다.


나 원래 대게 상큼하고 귀엽거든요??ㅎㅎ


지금의 나는 왜 이런 이미지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연애 천재 또는 남자를 꿰뚫어 보는 프로 선수? 좀 보태서 얘기하자면 국가대표 급? 연애와 남자 전문가 뭐 이런 이미지인데 이 글을 읽으면 누군가는 나를 아주 심각하게 놀릴지도 모른다.


내가 언제 나 연애 잘한다.. 남자 잘 안다.. 이런 말을 했던가?.. 나도 사실 남자 잘 몰라 이것들아!!ㅎ 나 그냥 입만 살아있는 아가리 파이터야.. 나 사랑과 전쟁 많이 보고 어릴 때 귀여니 소설 이런 거 많이 봐서 그래.. 그리고 나 연애 고자야... 남의 연애에만 점쟁이지... 실천에 약해 사실..


글을 쓰자고 마음을 먹고 그때 기억을 새록새록해보자니 가슴이 설레는 게 아직 나의 마음속 한구석에 사랑의 불씨가 살아있나 보다.


다시 피어올라라 사랑의 불씨여!! 불을 지펴 본 사람은 아실 겁니다. 이럴 땐 부채질이 필요해ㅎㅎ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거의 남자 애들과 말도 잘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남자애들이랑 친한 여자애들이 너무 신기했다. 그런 나였지만 5학년쯤 되면서 남자애들이랑 잘 어울려서 놀게 되었고 학급에 나와 같은 이름의 여자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랑 같이 방과 후에 자주 어울리곤 했다. 그중에는 장OO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마르고 옷을 예쁘게 잘 입고 다니며 하얀 피부에 얼굴에 살짝 주근깨가 있는 남자아이였다. 특별히 장OO이 나에게 심쿵 포인트를 주었던 건지 어쨋는지 지금 너무 오래전이라서 기억이 아리송한데 자주 어울리고 그러다 보니깐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사실 그 친구가 지금 생각해 보면 맨날 흰 양말을 신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은데.. 내가 봤을 때마다 항상 흰 양말이었던 건 확실하다! 그래서 나도 그 친구를 따라서 꽤 오랜 시간을 겨울에도 흰 양말을 신고 다녔고.. 고백이고 뭐고 이런 걸 할 용기도 없고 고백을 해 본 적도 없고 표현할 방법을 잘 몰랐기 때문에 내 딴에는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흰 양말을 따라서 신고 다녔던 건 나만의 표현 방식이었다.


옷 잘 입는 남자에 대한 취향은 이때부터였구나!! 나란 여자 아주 취향이 어릴 때부터 확실한 양반이었네ㅎㅎ 지금 생각해 보면 흰 양말 따라 신는다고 누가 마음을 알아챈다는 말인가?? 알면 그게 더 신기하지.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였나??  그 친구가 우리 반에 눈이 크고 약간 혼혈 느낌이 나던 장OO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던 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동안 흰 양말을 신고 다녔다.


첫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첫 좋아함?? 정도의

감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첫 like가 함께하는 like였다면 얼마나 더 아름다운 이야기 었겠냐만 뭐 나 홀로 하던 나의 첫 like 꽤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like랑 love는 다른 거잖아??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이렇게 나의 깜찍한 like는 끝을 맺었다.


그때마다 양말을 따라 신은 건 절대 아닙니다!!



사랑한다면 작던 크던 표현을 하세요! 상대방이 알 때까지 조심스럽고 자연스럽게 두드리세요!


다만 필자처럼 미비한 표현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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