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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메다 Jan 05. 2025

눈물이 많은 아이였어요.

지금은 눈물이 많은 어른입니다.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풍부하고 눈물이 많았습니다. 지금 제가 생각해 봐도 크게 울 일은 아니었는 데 그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 가슴이 아려서 이불속에서 숨죽여 울었답니다. 일찍 자라는 게 슬프고, 드라마 보다가도 슬프고, 엄마아빠의 서운한 한 마디가 서러워서 울었습니다. 커서도 소설책 보며 푹 빠져 울곤 했어요. 성인이 되어선 처음 마주하는 일들이 무서워서 울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물이 안 나왔습니다. 최고로 슬픈 순간인데 눈물이 안 나는 경험을 했어요. 혹은 눈물이 나다가 멈추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눈물도 한계치가 있나 싶었습니다. 보통 힘든 날 일기를 쓸 때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일기를 쓰곤 했는데, 덤덤하게 쓰게 되니 나는 이제 눈물이 메말랐나 싶었습니다. 회사에서 혼나고 집 가는 길에도 한숨뿐, 눈물은 나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힘든 일이 쌓여서 답답한 마음에 얼마 전 상담을 하러 가서 가슴이 후련할 정도로 울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눈물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다만, 많은 시선에 사로잡혀 눈물샘이 막혀있었나 봅니다. 휴지가 부족할 정도로 울어버리고 후련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뒤 제 눈물샘은 돌아왔습니다.





어릴 땐 눈물 없는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운다는 이유로 혼나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이 아직 자유롭다는 것이니까요. 당장 해결하지 못할 상황에서 전전긍긍할 때 저는 혼자 눈물을 훔칩니다. 누군가는 울어서 해결이 되냐고 묻는데, 그 눈물이 침착함을 가져다줄 때가 있습니다. 제 머릿속 복잡한 감정을 눈물과 함께 흘려보냄으로써 침착함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치 업무 하다 지친 중간에 담배 한 개비 태우는 느낌과 비슷합니다. 대신 두 가지 방법 모두 보기 좋지는 않을 테지요.


하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침착함과 문제 해결을 찾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밖에서 울진 않습니다. 몰래 울어요..)


아직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직도 눈물 많은 저처럼요. 물론 단점도 있을 테지만, 지혜로운 독자님들은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찾아내리라 믿습니다.





아직 눈물을 흘릴 일이 없는 걸 보니 크게 힘든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련은 언제든 찾아오겠죠? 그럴 때마다 울든, 글을 쓰든, 글을 읽든 다양한 방법으로 회복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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