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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igram Dec 26. 2024

크리스마스에 울지 말아요


클레어 키건의 작품 속 어두운 세상도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일이었지. 그때 난 그 작품을 읽으며 크리스마스란 어쩌면 회전문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내가 오늘 간 코엑스와 현대백화점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화려하게 빛나는 트리 속 예쁘게 웃고, 정답게 말하고, 사진찍고, 구경하는 사람들 뿐이었거든. 근데 집에 오는 길 정문 쪽 구석에서 울고 있는 아저씨와 달래주시는 경비원 분, 구경하는 것 같은 아주머니를 보니 진짜 크리스마스는 회전문이었다는 생각이 떠오르더라. 서럽게 무어라 말하는 아저씨의 어깨를 토닥이며 달래주시는 경비원분을 보며 크리스마스가 나에게 그렇게 마무리됐어. 그런 잔상으로.

​막달레나 세탁소의 아이들이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라고 생각하지 않듯이, 그냥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하루일 뿐이듯이 그 분에게도 오늘 하루는 그러셨겠지. 근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무너졌을거야. 갑자기 모든 게 유난이라 느껴지기 시작했어. 예수님 생일을 이렇게까지 챙기는게 참 이상한 일이기도 해. 나도 작년까지는 크리스마스가 좀 싫었거든.


나빼고 다 행복한 것 같아서. 지나친 화려함은 마음도 화려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빈곤하고 우울하게 만들기도 하잖아?

​근데 키건의 작품 속 세탁소 아이들을 그냥 보고 지나친 많은 이들 중 그러지 않은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변화해가듯이 그 경비원 분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하는 일을 누군가 대신 해주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더라. 작품 속 주인공은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건 사실 사소하지 않고 너무 대단한 일이었음을,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음을 알게 되었어.

​감히 위로하자면 그런 순간은 있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 누구나 즐거운 날에 나만 힘들고 슬픈 것 같은 날이 있다고. 그래서 더 슬퍼지기도 하는데,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근데 또 그런 순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나가기도 한다고. 그리고 그렇게 지나가는데는 꼭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닐 수 있다고. 시간이 자연스레 해결해주기도 한다고.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결국은 다 잘 될 거라고. 그렇게 낙천적이고 근거없는 긍정적인 말을 전해주고 싶어.

​크리스마스가 모두에게 따뜻하게 다가오는 날이 정말로 왔으면 좋겠다. 나도 너도 함께 웃을 수 있으면 더 행복하잖아?

​내일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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