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키건의 작품 속 어두운 세상도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일이었지. 그때 난 그 작품을 읽으며 크리스마스란 어쩌면 회전문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내가 오늘 간 코엑스와 현대백화점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화려하게 빛나는 트리 속 예쁘게 웃고, 정답게 말하고, 사진찍고, 구경하는 사람들 뿐이었거든. 근데 집에 오는 길 정문 쪽 구석에서 울고 있는 아저씨와 달래주시는 경비원 분, 구경하는 것 같은 아주머니를 보니 진짜 크리스마스는 회전문이었다는 생각이 떠오르더라. 서럽게 무어라 말하는 아저씨의 어깨를 토닥이며 달래주시는 경비원분을 보며 크리스마스가 나에게 그렇게 마무리됐어. 그런 잔상으로.
막달레나 세탁소의 아이들이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라고 생각하지 않듯이, 그냥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하루일 뿐이듯이 그 분에게도 오늘 하루는 그러셨겠지. 근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무너졌을거야. 갑자기 모든 게 유난이라 느껴지기 시작했어. 예수님 생일을 이렇게까지 챙기는게 참 이상한 일이기도 해. 나도 작년까지는 크리스마스가 좀 싫었거든.
나빼고 다 행복한 것 같아서. 지나친 화려함은 마음도 화려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빈곤하고 우울하게 만들기도 하잖아?
근데 키건의 작품 속 세탁소 아이들을 그냥 보고 지나친 많은 이들 중 그러지 않은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변화해가듯이 그 경비원 분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하는 일을 누군가 대신 해주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더라. 작품 속 주인공은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건 사실 사소하지 않고 너무 대단한 일이었음을,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음을 알게 되었어.
감히 위로하자면 그런 순간은 있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 누구나 즐거운 날에 나만 힘들고 슬픈 것 같은 날이 있다고. 그래서 더 슬퍼지기도 하는데,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근데 또 그런 순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나가기도 한다고. 그리고 그렇게 지나가는데는 꼭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닐 수 있다고. 시간이 자연스레 해결해주기도 한다고.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결국은 다 잘 될 거라고. 그렇게 낙천적이고 근거없는 긍정적인 말을 전해주고 싶어.
크리스마스가 모두에게 따뜻하게 다가오는 날이 정말로 왔으면 좋겠다. 나도 너도 함께 웃을 수 있으면 더 행복하잖아?
내일도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