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기-20251230

by Alcide Mio

음식이 차려지면 사진부터 찍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것이 어느새 일상이 되었습니다. 식사가 본래 사회적인 행위임을 생각하면, 그 순간을 공유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일지 모릅니다. 물론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본격화된 풍경이지요. 필름 카메라 시절을 떠올려 보면, 돌잔치나 회갑연처럼 특별한 날 주인공과 함께 찍는 경우가 아니라면 음식만 따로 찍는 일은 드물었으니까요.


사진이 없던 시절, 음식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집에 걸어두는 것은 상당한 사치였습니다. 화가를 고용할 수 있는 재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고 그래서 그림 속에는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기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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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7년 네덜란드 화가 피터 클라이스(Pieter Claesz)가 그린 '공작 파이가 있는 정물화'가 좋은 예입니다. 화려한 깃털로 장식된 공작새 파이, 그리고 네덜란드에서는 나지 않는 레몬과 올리브 같은 수입 식재료들이 식탁을 채우고 있습니다. 누군가 이미 한 입 베어 문 듯한 흔적도 보입니다.


특히 설탕 발린 과자 옆, 금색 용기에 수북이 담긴 흰 가루가 눈에 띕니다. 바로 소금입니다. 지금이야 흔하디 흔한 것이 소금이지만, 17세기 유럽에서 소금은 귀하고 중요한 재료였습니다. 유럽 내 생산량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네덜란드 상인들이 아프리카와 카리브해까지 진출해 소금을 수입했으니까요. 머나먼 곳에서 온 귀한 소금을 저렇게 식탁에 올린 것만으로도 집주인의 부는 증명되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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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화려함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네덜란드 상인들은 소금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을 얻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동원했고, 결국 소금 무역은 노예무역과 궤를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유럽인들이 음식의 풍미를 즐기고 보존을 위해 소금을 사용하는 동안, 그 이면에는 흑인 노예들의 고통스러운 역사가 흐르고 있었던 셈입니다.


공식적으로 노예제도는 사라졌지만,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 뒤에도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득 의구심이 듭니다. 우리가 싸고 편하다는 이유로 무심코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 뒤에, 혹시 누군가의 희생과 착취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책임감 있는 소비란 과연 무엇일까요? 17세기 정물화 한 점을 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깊어집니다.


*이 그림은 미국이 워싱턴 디씨에 있는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링크에 가시면 전체 그림과 자세한 설명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워싱턴 디씨에 있는 대부분의 미술관은 무료로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워싱턴을 방문하실 분들은 한 번 꼭 들러 보십시오.


https://www.nga.gov/artworks/132271-still-life-peacock-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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