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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쑤상 Oct 04. 2024

임용고시 포기, 잠시 시간 내서 읽어줄래요?

수수한 일상 첫 번째 이야기

임용고시 포기

.

.

포기라는 단어는 어떤 단어와 붙느냐에 따라

그 결과 만들어지는 복합어의 무게가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특히, 임용고시 포기는 그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이야기는

임용고시 포기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적어봅니다.

제 생각과 방향이 꼭 정답은 아니며,

답은 항상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저는..


저는 어린 시절부터 교사를 꿈꿨어요.

가르치는 것을 정말 좋아했고,

개념을 쉽게 외울 방법을 발견하면

주위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걸 정말 즐거워했어요.



영문과, 일문과 그리고 교직 이수로 꽉꽉 차 있던 시간표를 견뎌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내가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어요.



하루라도 빨리 합격하고 싶다는 생각에 군대에 있을 때부터

교육학과 전공 강의를 추천받아 공부를 시작했고,

그렇게 교육학은 4년을, 전공은 3년 넘게 공부했었어요.



처음 노량진으로 가게 된 2018년 1월,

누구보다 먼저 가서 맨 앞자리에 앉고 싶어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노량진을 통학했던 시절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임용고시 갤러리나 커뮤니티도

되도록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어요.

저만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싶었고, 흔들리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2년,

임용고시라는 단어에 점차 무게를 더하고 있던 저는

2020년 3월,

임용고시 포기라는 어쩌면 가장 무거운 결정을 내리게 되었어요.




왜냐고요..?



왜냐고요?

사실 1년 차 이후부터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어요.



저는 영어과로 시험을 준비했는데요.

확실히 해외에서 공부하셨던 분들,

어릴 때부터 영어에 노출이 많이 되었던 분들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영어의 감과 경험을 따라가는 것이 버거웠어요.



그러나 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걸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가득 받고 있던 환경 속에서

차마 임용고시 옆에 포기라는 단어를 두는 것이

너무 두려웠고 막막했어요.



 완전히 포기하기까지는 약 3년의 세월이 걸렸어요.


2023년 초,

일을 하고 있던 그 시간에도 틈틈이 임용고시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꿈꾸고 있었어요.

인터넷에 올라온 교육학 무료 강의를 들으며 일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마 그때까지도 내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우연히 콘텐츠 마케터라는 직군을 알게 되면서

저의 인생의 방향과 목표가 다시 한번 선명해지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임용고시에 대한 미련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시간이 아깝지 않냐고요?




그동안의 시간이 아깝지 않냐고요?

글쎄요.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이 저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되었어요.



무엇보다 오랜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즐거웠어요.

그리고 꿈을 꾸고, 그 꿈을 좇아 사는 삶이 정말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꿈의 가치를 절실히 깨달았아요.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어요.

새벽같이 일어나고 늦게 자려고 했어요.

사실 길게 가야 하는 임용 공부에서는 올바른 루틴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나도 원하는 것이 있으면 열심히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공감하는 법을 배웠어요.

아마 만약 저에게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시험을 준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번에 꼭 합격해! 화이팅!’이라는

응원의 탈을 쓴 압박의 말을 건네며 살았을 거예요.


그러나 이제는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너답게 보고 와. 최선을 다하고 와’라는

말을 건넬 수 있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포기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비록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꿈을 포기하던 순간이었지만,

글쎄요.

전부였던 것이 점차 작아지는 것을 보면서

인생에 절대적인 크기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덕분에 미련이 많이 남는 것도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자세를 얻게 되었어요.




건네고 싶은 말



어쩌면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2024 임용고시 최종 발표의 결과를 보고 계속해야 할지,

여기서 그만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라는 생각해요.



만약 1년 이상 온전히 준비했던 시간이 있으셨다면,

잠깐 내가 머물던 장소에서 잠깐 떨어져 새로운 환경에서 지내보시는 것도 좋아요.

다른 장소에서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나 스스로와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누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놓을 수 없는 꿈이라면,

또는 객관적으로 올해 받은 나의 점수가

합격 가능성이 있는 점수라면 한 번 더 도전해도 좋아요.

대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더 치열하게 하셔야겠죠.



만약 그게 아니라면,

어쩌면 내 인생이 빛날 곳은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몰라요.



포기한다고 인생의 패배자가 되지는 않아요.

포기한다고 내가 준비했던 시간이 쓸모 없어지지도 않아요.

여러분은 그 시간을 통해 충분히 성장했고,

분명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저는 포켓몬스터의 지우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데요.

지우의 매력에 빠졌던 이유는

뻔한 소년 만화의 루트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우는 첫 리그에서 16강 탈락을 경험했는데요.

초등학생 시절,

늘 주인공의 승리 엔딩만 봐오던 저에게는

이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었고

동시에 인간미와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었어요.

마치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친근한 모습을 느끼게 된 거죠.



지우는 탈락한 이후에도 다른 지역의 리그도 도전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좋은 동료들을 만나며

결국 20년이 넘는 세월 끝에

포켓몬 챔피언의 꿈을 이루었어요.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계속 도전해서 꿈을 이루는 것도 멋진 모습이에요.

그러나 방향을 바꾸어,

목표를 바꾸어 다른 분야에 몰두하는 것도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실패처럼 보이는 모습은

오히려 누군가가 다가올 수 있고,

다가오는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는

약간의 빈공간으로 자리해 줄 거예요.



방향을 바꾸는 것, 목표를 바꾸는 것은

결코 패배자의 모습이 아니에요.

오히려 삶의 주인공으로서 사는 모습인걸요.



그러니 내려놓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내려놓아야 할 때,

과감하게 내려놓고

다시 들어야 할 것을 신중하게 찾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



더 멋지게 쓰여갈,

여러분의 새로운 이야기를 맞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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