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나를 몰라주었을까요.
‘하아..’
고여 있던 한숨을 게워내봅니다.
그냥 아무 일정 없이 쉬어본 건 너무 오랜만이라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정체 모를 불안감은 쉬는 내내 가슴 한편에 응어리져 있습니다.
아무 일정 없이 쉬는 연차 첫날,
두 눈은 늘 떠지던 시간에 떠졌습니다.
몸에 배어 있는 바이오리듬을 거슬러보려고 했지만,
역시나 안 되나 봅니다.
그냥 멍하니 아침을 보내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하나 둘 가방에 짐을 쌌습니다.
혹시나라는 마음을 지우고,
가방이 가벼워지면 마음도 가벼워질까 싶어
짐의 무게를 덜어내려고 했지만,
노트북과 노트, 그리고 필통은
어느새 일상의 일부가 되어렸나 봐요.
그냥 몇 가지 짐만 빼고
아주 조금 무게를 덜어낸 가방을 메고 밖을 나옵니다.
정신없이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춰 사느라,
해결하지 못한 일상 속의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려고 했는데,
역시나 무리였나 봅니다.
내일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창밖으로 시선을 옮겨봅니다.
어느새, 하늘을 물들이고 있는 석양에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고
충동적으로 밖으로 나와봅니다.
석양이 이끄는 대로,
그리고 그 석양의 기억이 짙게 남아있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로 걸음을 옮겨 봅니다.
비록 그 시절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지만,
왠지 모를 그 공간에 남아있는 추억은
아스라이 남아 이유 모를 위로를 건네줍니다.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이 먹먹해져
본능처럼 이유가 뭘까 생각 속을 헤매어 보지만,
때로는 답을 찾지 않고
그대로 나의 감정을 받아들여주는 것도 필요한가 봅니다.
그렇게 감정을 인정하고 나니,
‘아 내가 힘들었었구나. 지쳐 있었구나.’라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나 스스로가 나를 몰라줬었구나.
난 그동안 왜 쫓기듯 살아왔을까.
감히 끊을 수 없는 생각의 고리에
조심스레 몸을 실어 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고여 있던 숨을 내쉬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