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의 회고록
삶은 질서와 무질서의 그 어딘가를 반복하나 봐요.
어떤 날은 모든 것이 너무 잘 정렬되어,
하루를 마쳤을 때 마주하는 여유가 설렘이라는 감정으로 채워지는 반면,
어떤 날은 일을 마쳐도 왠지 모를 불안감에
일과의 끈을 놓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며 밤을 보내는 때도 있죠.
전 요즘 후자와 같아요.
내가 놓친 무언가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어딜 갈 때도 매번 일을 할 수 있는 도구들을 주섬주섬 챙겨가고,
‘혹시나’라는 생각 때문에 작은 불안감을 늘 가슴 한편에 지니고 있더라고요.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 끝에 얼추 정답 비슷한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너무 많은 일을 한 번에 새로 도전하다 보니
일상이 조금 어그러진 것도 있었어요.
어그러진 일상을 보내다 보니 여유가 사라지면서
‘나중에 생각해야지’라고
미룸 상자에 넣어 두었던 생각들이
어느새 가득 차 넘치려고 하고 있더라고요.
모든 것을 멈춘 후,
잠깐의 여유를 갖고
낯설어진 일상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올해 마지막 연차를 올렸습니다.
조금 어질러진 일상을 다시 정리하고
다시 저의 루틴을 단단히 움켜쥐려고요.
잘 정리해서
조금 더 단단해진 제가 되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