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리는 날,
우리 다시 만나자.
소년과 소녀는 새끼손가락을
이음쇠모양으로 수줍게
걸며 약속했다.
그동안
숱하게도 첫눈이 내렸다.
하지만, 그날 말갛게 웃던
소년은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처럼 천진하면서도 막막한
약속을 누군가와 했었다는
기억으로 인해 설레는 날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는 탓이다.
어릴 적에는 병아리 신발만 한
양말을 밤새 길게 늘여서
산타클로스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착한 아이에겐 선물을 준다는
소문 같은 약속만 믿고.
굴뚝을 바라보며
혹여 나쁜 짓 한 게 있었나 싶어서
두 손 모아 반성하는 밤은
어린 심장에서 북소리를 내곤 했다.
그렇게 살았던 적이 있었구나.
헐헐 웃는 동안
나의 크리스마스도 어른이 되었다.
이제는 제대로 살았나 싶어서
스스로 삶을 평가하는 나이가 되고 말았다.
착하게 살았느냐? 가 아니라
즐겁게 살았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숙제처럼 살면 고달프지만
선물처럼 살면 즐거워진다는 것을
늦게 알아버린 것이 섭섭해서다.
그냥,
즐기면서 살면 되는 거야!
파릇해서 열심히 살던 나에게
선물처럼 주던
어른의 말을 귀밖으로 흘려버린 것도
미안해서다.
즐긴다는 것이
놀이처럼 사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올드 크리스마스다.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산타클로스가 되어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어야 하는
나이가 되니 비로소
살아 있음이 즐거워진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처음으로 태어난 희망처럼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캐럴송과 함께.
함박눈이 온 누리를 면사포로 덮듯이.
다시 거룩해지는
우리의 삶을 축복하기 위해.
산타클로스가 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어
한 생을 이끈다면서.
크리스마스처럼
그렇게 살기로 하자면서.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