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by writing
C.S.Lewis
담쟁이 넝쿨들이 담장을 더듬는다
소녀가 치고 있는 작은 종이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마다
손마디가 삐걱댄다
엄마가 과일칼로 음표를 깎아주면
둥글게 사과껍질로 말려드는 통증들
소녀의 울음소리는 담을 넘지 못한다
엄마 잘못했어요, 끝나지 않는 악보
소녀는 알약처럼 높은음을 삼킨다
낮에도 불 켜진 방에
멍든 소녀가 살고 있다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 <쌍봉낙타의 꿈>, <숲을 金으로 읽다>, <어쩌자고 그대는 먼 곳에 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