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by writing
C.S.Lewis
그녀는 칼날로 북극 먼저 도려낸다
지구의 기울기인 23.5도로 사과를 눕혀
돌리며 깎아나간다
북반구가 하얘진다
푸른 지구 속살에서 흘러나온 과즙 향기
끊길 듯 이어지며 남극까지 깎이는
청사과 엷은 껍질에
매달린 빌딩들
사과를 기울여 한 바퀴 돌릴 때마다
그녀의 눈동자에 낮과 밤이 지나가고
사랑의 기울기 끝에
빙하가 다 녹는다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 <쌍봉낙타의 꿈>, <숲을 金으로 읽다>, <어쩌자고 그대는 먼 곳에 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