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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민 Jun 14. 2023

종이 피아노

담쟁이 넝쿨들이 담장을 더듬는다 

소녀가 치고 있는 작은 종이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마다 

손마디가 삐걱댄다     


엄마가 과일칼로 음표를 깎아주면

둥글게 사과껍질로 말려드는 통증들

소녀의 울음소리는 담을 넘지 못한다

     

엄마 잘못했어요, 끝나지 않는 악보 

소녀는 알약처럼 높은음을 삼킨다

낮에도 불 켜진 방에 

멍든 소녀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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