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많은 분들이 건강검진을 받으신다. 나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병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한다는 건강검진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많은 분들이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각 나이대별로 필수 검진 항목을 지원해 주는 '국가 암검진'이 있기 때문에 적은 비용 부담으로 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듯, 우수한 검진 시스템의 단점도 존재한다.
나: '오늘 촬영한 흉부 CT에서 작은 폐결절이 발견되었습니다. 복부 초음파에서는 간에 혹이 발견되었고, 대장암 표지자 수치가 약간 상승되어 있고.....'
환자: '이렇게 많은 문제가 발견된 건가요....? 안 그래도 요즘 기침이 자주 나오고, 배도 종종 아픈 것 같던데 이것들 때문이었나 보네요.... 대장암표지자 수치는 왜 올라간 건가요?? 제가 대장암인 거예요?'
나: '아... 이건 사실 증상과는 관련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폐결절의 경우 CT에서 우연히 발견된 것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CT를 촬영해서 커지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간에 발견된 물혹도 마찬가지이고요. 대장암 표지자 수치는 올라가 있으나 대장내시경에서 이상소견 없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환자: '아... 건강한 줄 알았는데, 뭐가 이렇게 많이 나오네요... 안 그래도 몸 여기저기가 불편하던데 검사에서 이것저것 확인되니 더 신경 쓰여요.'
나: '그렇게까지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폐결절. 간의 물혹, 대장암표지자 수치 모두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니 추적관찰하며 지켜보시죠.'
위의 대화에서 검사의 발달로 인해 너무나 많은 병변이 발견된다. 세월이 흐를수록 진단 장비가 정교해지고, 고령화는 심화되어 노인에게서 발견될 수 있는 양성 병변(암이 아닌 병변, 양성 폐결절, 간의 혈관종, 췌장의 낭종) 등이 정말 많이 관찰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전암병병(암이 되기 이전의 상태) 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은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없는 양성 병변으로 주기적으로 추적관찰만 하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환자의 입장에서는 건강하다고 생각한 본인이 폐에도 결절이 있고, 간에도 물혹이 있다고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의사의 입장에서 환자를 최대한 안심을 시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00퍼센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환자분의 성향마다 다르지만, 다음번 검사 때까지 근심 걱정 가운데 지내다가 내원하시는 분들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조기 검진이 주는 이득은 분명하다. 조기에 병을 발견해서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에 환자들의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어마어마한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과도한 검진은 위와 같은 상황을 종종 만들어내기도 한다. 과유불급. 모든 것이 적당하기가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