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무엇일까.
그를 만나기 전, 친구가 같은 질문을 했을 때가 있었다. "대체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라며.
나는 그때마다 쉽게 정의하였다.
"사랑은 불꽃이지. 터지는 한 순간이 너무 아름다워서 못 잊고 계속 떠올리니까, 그 기억으로 함께 하잖아."
그런데 막상 그를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쉽게 그 말을 한 것이 부끄러웠다.
어느새 마음으로는 사랑을 이해하면서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어떨 땐 '역시 사랑은 불꽃이었어!' 싶다가도, 사랑은 찬찬히 스며들기에 파도같은 것일까? 생각했다.
매일 다른 정의를 내렸다. 그를 사랑할수록 어려웠다. 그 과정에서도 사랑은 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도, 나도 연애는 처음이었기에 이성 간의 사랑이 더더욱 오묘하게 느껴진 듯하다. 그는 매번 내게 사랑을 물었고, 나는 사랑을 답했지만 주고받는 말속의 그것이 무엇인지 헷갈려했다.
설렘이 지나가는 길에 찾아오는 편안함은 사랑이 맞는지.
어떤 느낌이 희미해지면서도, 가까이 있기에 멀어지는 듯하면 왜 아련한 기분이 드는 건지.
짧은 연애 기간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에 대해 토론했다. 가끔은, 이 감정이 사랑이라면 그건 항상 행복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이게 사랑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어떤 날은,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가 아니라며 붙잡는 그의 말에 맥주만 연거푸 들이켰다. 서러움 속에서도 나 조차도 사랑이 맞다 아니다 말할 수 없어서.
내게 하는 행동을 보며 그에게 '아냐. 너 나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다가도, '내가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 아니었던 건가?' 고민에 빠지는 날도 있었다.
국어사전은 어떤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하는데, 이마저도 추상적이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이 진부한 말만이 사랑을 공통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랑, 그것은 무엇인가. 날이 갈수록 어렵다. 복잡하고 미묘하다. 그러나 그게 무엇이든, 곁에 두고 싶고 느끼고 싶다.
어쩌면 이 고찰의 과정 속에서 나만의 사랑이 정의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와 나는 아마도, 그 과정에 서있지 않았을까, 아직 그 길 가운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면 다 알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닌가 보다.
사랑을 느끼는 내가 사랑을 깨닫는 날이 올까. 언제일까. 설레면서도 궁금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