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뭐길래.
F인간이어도 감정은 여전히 어렵다.
옛날 만화를 보면 자주 나오는 장면이 있다.
"대체 이 감정은 뭐지"
만화 속 캐릭터의 감정을 구구절절 읊을 수는 없지만, 그게 어떤 느낌일지는 상상할 수 있었다. 말로는 그대로 전할 수 없지만.
.
감정은 마음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한 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을 말은 아무리 서둘러도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감정은 소중하다. 추상적인 마음을 나의 감각기관으로 만큼은 느낄 수 있어서 그렇다.
살면서 많은 감정을 공유해 왔다. 그 과정은 내가 인간관계를 만들어 끌고 나갈 때 중요한 요소였다.
특히 눈에 드러나는 감정이 아름답다 느꼈다. 내가 보여주고 볼 수 있는 최소한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타인과 대화를 할 때 전화나 문자보다 더 큰 교류가 남았다 생각하는 것도 눈의 마주침 덕분 아닐까. 눈 맞춤은 어쩌면 내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인사인 셈이다.
.
그래서일까. 며칠 전 내렸던 눈도 하늘의 감정처럼 느껴졌다. 추운 겨울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이 마치 누군가를 사랑하는 눈 같았다.
멈춘 듯이 내릴 때는 빤히 그 사람을 바라보는 눈, 쌓여서 하얗게 덮다가 투명하게 녹을 땐 마치 내 마음이 겪었던 짝사랑의 과정을 보는 듯하고, 흩날리는 건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요동치는 눈.
눈에 매혹되는 것은 이런 사랑과 같은 풋풋함과 설렘이 담겨 있어서 아닐까.
.
다 녹고 녹은 눈을 바라보다 다시 내 감정에 집중해 본다. 지금도 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조금씩 더 커 가면서, 모든 감정을 경험할 필요성은 부정하게 된다.
엄마 곁에서 ‘방구석 영화관’이라는 교양 프로그램을 보는데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배우들은 겪어보지 않을 수도 있는 감정들을 연기를 통해 겪음으로써 그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이 부분이 내가 감정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다. 내가 주로 느끼는 감정은 보편적이어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고 넘길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어떤 것이 닥쳤을 때 내가 그 기분을 꿋꿋하게 받아들이고자 할 때가 있었다. 지금도 있다.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안 받아도 될 고통과 부정적인 감정조차 감내할 필요가 있을까.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은 회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누군가가 그러한 겪어보지 못한 감정의 요동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괴로운 일이 당연해지지 않기를, 혼자 애써 이겨내려는 것으로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날씨조차 오락가락하는 이상한 겨울이다.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일들에 마음은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는 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