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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랑 Aug 18. 2024

나의 젊음이 너에게 흘러가 더 아름답길

나의 젊음이 너에게 흘러가 네가 젊어지고 너는 그 젊음을 더 아름답게 살았으면 좋겠다.


우연히 보게 된 릴스의 영상에서 나온 말이다. 눈물이 메마른 걸 보니 임신 후 한동안 지속되었던 우울감과 호르몬의 지배에서 벗어난 듯하다. 나의 서른의 중반의 기로에서 나는 13년 동안 몸담아 일했던 업종에서 떠났다. 길고 긴 고민 끝에 선택한 1인창업이다. 정말 많이 망설였다. 10년 넘는 커리어와 연봉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내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소중한 아이가 있다는 사실에 이 업종에서 돌아설 수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손재주가 좋고, 진취적이며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나는 겁이 많기에, 도전의 문턱에서 항상 망설이기 마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동생이 하고 있는 입주청소 일의 마케팅과 디자인을 도와주면서 문득 ‘아! 이건가?’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고, 그에 대한 고민은 약 1년간 계속되었다. 나는 5살 아들의 양육자다. 20대 중반에 한번 디자인 회사를 만들어보겠다고 무턱대고 사무실 하나를 계약했는데, 쫄딱 망했다. 작업을 하려니 영업이 되질 않아 1년도 채 되지 않은 채 문을 닫았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후 나는 다시 나의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초등학교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 늘 나는 'CEO‘가 되겠다고 적어서 제출했는데 이제는 그 꿈이 제대로. 이어질 것만 같았다.


아이를 낳고 나는 하고 있던 디자인 일을 프리랜서로 전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모든 사업엔 영업이 따르지 않는가. 디자이너로 영업을 할 때엔 ‘품위유지비’라는 게 발생했다. 나의 창업조건엔 부합하지 않는 카테고리였다.


아이가 아기띠를 할 땐 아기띠 제품 특허를 내고 싶었다. 자본금이 많이 필요했다. 또, 아이가 이유식을 먹을 땐 이유식 가게와 아이반찬 가게를 창업하려 했다. 역시나 장사나 제품을 판매하는 쪽은 많은 자본금이 필요했다. 이런저런 카테고리를 빼니 마지막 한 개가 남아있었다. 흔히들 요즘 레드오션 중 극강의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입주청소 업이었다.


하지만 나의 선택엔 안 될 것이다.. 망할 것이다.라는 선택지는 없었을뿐더러 할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일들이 더 많았다. 마케팅도 문제없고, 현장업도 문제가 없었다. 하물며 타업체와 비교했을 때 특별함과 특화된 능력까지 겸비되어 있었다. 처음 시작과 영업방식 등 교육을 통해 창업하거나 혹은 경험도 없이 쉬울 것 같아서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건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옆지기에게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걸 꼭 해야겠다고 상의했다. 이런저런 당부의 말과 여러 가지 걱정거리들이 하나씩 해소되었고, 결론은 ‘해보자!’였다.


옆지기와 상의 후 나는 구체적인 계획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워가면서 시간적 제약이 없을 것, 한 달 수익이 200만 원 이상 발생할 것, 야근이나 추가 업무가 없을 것, 예민한 기질인 내게 본업과 가정이 제대로 분리될 것, 적은 시간 일할 것, 창업비용이 500만 원 미만일 것, 한 달 경비가 30만 원 미만일 것 등등 나에게 정말 찰떡의 직업군이었다. 그렇다고 디자인 일을 놓긴 싫었는데, 주업과 부업으로 나누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데다가 수익은 더 짭짤했다.


이미 운영하고 있는 시동생이 있었기에 나의 스타트는 1-10중 그래도 중간지점부터 출발할 수 있었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나오는 날에도 나를 의심했지만, 한 달 정도 쉬면서 열심히 상호명 짓기와 시동생네 현장에 일 배우러 몇 번 가면서 더 확실해지고 확고해졌다. 나를 의심하지 않기 시작했다.


엄마 차에 사고 안나게 해달라고 소원빌며, 소주 뿌려주는 소중이들


가장 먼저 중요한 경차 한대와 장비들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마음 가짐을 제대로 잡기 위해 우선 집 청소부터 했다. 가장 중요한 체력을 더 늘리고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기상, 같은 시간 취침 그리고 손 놓고 있던 매일 오전 운동과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하루를 48시간처럼 사용하면서 창업 준비와 역대 최고의 더위속에서 한 달간의 휴가도 정말 열심히 즐겼다.


이제 정식적인 오픈은 2주 뒤다. 준비할 것들이 계속 나오는 요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러다가 상상초월 수익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뭐부터 하지?라는 생각부터 우리 가족 모두의 취미인 캠핑장비를 구매할 것이다. 돈 버는 일이 이렇게 행복했던 일인가. 나의 30대는 정말 행복하게 흘러가는 중이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되면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다. 나의 청사진 속 계획은 10년이지만, 오늘의 나라면 아마 더 좋은 길로 가고 있지 않을까. 하하. 생각만 해도 즐겁다.


어찌 보면 정말 작은 변화일 수도 큰 변화 일수도 있지만 이 일을 계기로 나는 나를 찾은 기분이다. 내 인생의 귀인들을 만나 새로 태어나 새로 살고 있는 기분이다.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으려 부단하게 노력한 결과의 결실이 정말 좋다. 비록 이 선택지도 힘들 날이 오겠지만, 나에게 가장 큰 귀인. 나의 아들이 있어 이룰 수 있었다. 비록 나의 젊음이 너에게 흘러가 네가 젊어지고 나는 노쇄해지겠지만, 아들아 너는 그 젊음을 더 아름답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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