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닭비둘 Jun 20. 2023

산만한 산만이들에게..

사실 나한테 하는 말이다.

‘주의가 다소 산만함.’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들은 ‘경도비만’과 더불어 내 생활통지표에 이 잔인한 문장을 욱여넣어주셨다. 이십여 년이 지났지만 고쳐지진 않았다. 인정하면 편하니까.


‘프리즌 브레이크’나 ‘왕좌의 게임’처럼 거대한 시리즈는 엄두도 안났다. 어려운 다큐멘터리는 질색이었다. ‘닥터후’는 다르다. 한 에피소드에 60분을 넘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각 에피소드는 독립적이다. 인물구조와 스토리라인도 아주 간단하다. 시공간을 여행하는 ‘닥터’와 지구에서 만난 친구들이 우주의 평화를 지킨다. 천체 물리학과 엔지니어링, 컴퓨터 공학까지 수많은 과학기술이 등장하지만 드라마는 그 원리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동성애, 노동권, 페미니즘 등 여러 담론들을 담지만 깊지 않다. 그저 살짝 건드릴 뿐이다. 일단 닥터가 진지하지 않다. 산만하고, 수다스럽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한다. 산만함의 뒷면에 호기심이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생각하며 의심한다. 그리고 묻는다. ‘Why?’ 수많은 질문의 끝엔 언제나 답이 있다. 50여 년간 드라마가 이야기하는 메시지는 데카르트의 그것과 닿아있다. ‘Cogito, ergo Sum’

데이비드 테넌트. 이 아저씨가 익숙하다면 당신도 이미 아저씨다.

물론  최근 시즌은 배둘의 연기력이나 연출력, 담고있는 메시지들이 예전만큼은 못하다. 그러나 큰 걱정은 안한다. 원래 인류사라는게 언제나 상향하지는 않아왔듯, 닥터후도 나아지겠지..


그러니까 결론적으로다가 하고싶은 말은..


산만하다고 자책하지 말자. 타박하지도 말자. 호기심만 지치지 않으면 된다. 생각을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프로 산만러들이여, 라면 한 그릇 끓여 모니터로 모여라. 아 물론 계란은 두 개.




역시나 나한테 하는 얘기다. 오늘 할일을 내일로 좀 미루면 어떠나.

퇴근시간이 다섯시간이나 남았다.

오늘은 좀 대충 일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