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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현진 Sep 07. 2024

가을의 향기

수필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다. 월의 첫날, 달력을 한 장 뜯어낼 때 가을을 맞이하는 설렘과 동시에 산부인과 정기검진 날짜가 다가온데 대한 압박감과 긴장감으로 인해 복잡 미묘한 감정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재작년에 유방암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암 투병 기간 동안 복용했던 호르몬 치료제의 부작용 때문에 자궁에 혹이 생겨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다.

원래 완치 판정 후 호르몬 치료제를 종료하면 산부인과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자궁에 혹이 많아 1년마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호흡기내과 검진도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받고 있지만 솔직히 산부인과 검사가 더 신경 쓰이고 긴장되는 것이 사실이다.

 엊그제 제주대학교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검사받는 것도 힘들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더 몇 배로 긴장되고 두렵다. 더구나 검사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보름정도 후에야, 그것도 직접 병원에 전화로 연락해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2주 동안 기다리는 시간은 하루하루 불안과 초조, 긴장과 두려움이 가슴을 조여 오는 날들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매일같이 불안과 두려움에 매여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일부러 다른 긍정적인 생각을 하거나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으로 나를 짓누르는 불안과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애쓴다.  이를테면 글쓰기나 뜨개질을 한다던가,  좋아하는 최애 가수의 노래를 듣거나  영화 ost를 감상하며 몰입하다 보면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되고 잠시나마 기분전환이 된다.  걷기 운동 역시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늘 보는 풍경이라도 이곳저곳 아름다운 서귀포의 풍광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세상만사를 잊게 된다. 거기다 더위와 갈증에 지칠 무렵 카페에 들러 땀을 식히고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면 그만한 힐링이 따로 없다.




여전히 낮에는 여름 끝자락의 더위가 남아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오후의 햇볕이 따갑지만 기분전환도 할 겸 운동삼아 밖으로 나갔다.  

바람이 불어온다.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결이 산뜻하다.  간들간들 부는 바람이  제법 선선한 게 가을이 왔음을 체감한다.

마트와 동네 가게에 들러 필요한 것 몇 가지를 사고 나서 서귀포 거리를 걸었다. 발길 닿는 데로 걷다가 카페에 들러 헤이즐넛 라테와 오트밀 크렌베리 쿠키도 주문했다. 오랜만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헤이즐넛 라테 향을 마시며 쿠키를 먹으니 우울하고 무거웠던 마음이 위로받는 기분이 들고 힐링이 되었다.


이제 가을이 왔다.  이 가을은 내게

또 어떤 추억과 시간과 의미를 선사할까.


                                     2024.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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