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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현진 Jun 20. 2024

힐링의 바다, 자구리

수필

         


암투병을 하며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은 이후로 걷기 운동을 한 지 햇수로 7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주로 공원에서 운동을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 매력에 빠져 요즘은 서귀포 이곳저곳을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걷기 운동에 몰입되어 있다.  

특히 관광지가 많은 서귀포는 발 닿는 곳마다 외국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기에 걷는 동안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또한, 걸으면서 처음 가보는 신기하고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는 재미도 종종 누릴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뿌듯함도 느끼곤 한다.


 걷기 운동하러 집을 나선 후, 첫 발걸음을 뗄 때마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천지연 새연교? 자구리? 허니문 하우스? 작가의 산책길? 이중섭 거리?

  걸음을 옮기면서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언제나 늘 그렇듯 발길이 닿는 데로 몸을 맡긴다.  


서귀포 시내를 걷다가 카페를 지날 때 커피가 당겨 나의 최애인 카페라떼를 테이크아웃으로 구입하여 손에 들고 다시 길을 걷는다. 가끔 간식으로 먹을 빵이나 쿠키를 같이 곁들일 때도 있지만 양손에 들고 다니기 귀찮기도 하고 그다지 출출하지도 않은 터라 라떼 만으로 충분하다.

카페라떼를 마시며 걷다 보니 어느새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이어지는 길에 접어든다.



서귀 진지 유적지를 지나 길을 건너 내려가니

자구리가 보인다.


다시, 자구리에 왔다.

최근 들어 자구리에 몇 번을 왔는지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지만, 자구리는 올 때마다 새롭다. 날씨가 맑든 흐리든,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 뺨이 얼얼할 정도로 추운 겨울이든, 땀이 비오듯 흘러내릴 만큼 뙤약볕이 내려쬐는 무더운여름이든, 한라산이 안보일 정도로 황사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때 조차도 자구리의 아름다운 풍경은 나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항상 보는 자구리 바다이지만 어제가 다르고 오늘도 다르다. 그리고, 내일도 다를 것이다.

혼자 올 때와 친구와 함께 둘이 왔을 때, 그리고 가족과 나들이를 왔을 때 또한 기분이 각각 달랐다.  

자구리에 오면 마치 외국에 온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사람이 없을 때는 문화예술공원 벤치에 앉아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며 힐링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곳에 머무는 시간만큼은 잠시나마 여유를 만끽하며 세상만사를 잊을 수 있다. 언제든 걸어서 이 아름다운 자구리에 올 수 있음에,  그리고 벤치에 앉아 따뜻한 카페라를 마시며 바다를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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