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편의점에서 볼 수 없는 것. 바로 1회용품! 비닐봉지다. 옛날까지만 해도 비닐봉지는 당연히 공짜로 주는 물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친환경 정책을 시작하면서부터 편의점에서 비닐봉지를 공짜로 받을 수 없게 됐다.
미성년자가 담배나 주류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봉지를 공짜로 팔았을 경우, 편의점이 벌금을 물게 돼 있다.
소신발언을 하자면,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미성년자가 악의적으로 업주를 속여서 산 경우에는 업주가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게다가 비닐봉지도 마찬가지다. 그냥 안 드리면 되는데, 업주 입장에서는 손님을 잃는 것으로 된다.
이 비닐봉지에 관련된 썰이 아주 많다.
때는 한창 편의점 봉지를 쓰지 말고, 친환경 봉지를 쓰라는 정부 지침이 내려왔을 때였다. 나는 많은 물건을 사거나, 손이 부족해 보이는 손님에게 꼭 물어봤다.
“봉지 필요하세요?”
그러면 손님들 대부분이 귀찮아서 필요 없다고 한다. 간혹 필요하신 분들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러 처음에는 필요 없다고 하고, 계산을 끝낸 후 그냥 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가벼운 진상 중 하나다.
일반 봉지는 50원으로 싼 가격이지만, 친환경봉지는 100원으로 일반 봉지의 2배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손님 중에 50원을 더 받는다며, 구시렁거리고 가는 손님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애초에 봉지를 안 사는 손님들이 더 많다.
이 이후에 정부에서는 또 노선을 바꿨다. 편의점에서 봉지를 살 때, 무조건 돈을 받아야 한다.라는 방침을 내놓았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전에서 손님과 부딪히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어떤 아줌마 손님이 오신 날이었다. 그 손님은 이전부터 코치코치 캐묻기로 유명한 분이었다. 물품에 유통기한과 찌그러짐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컴플레인을 거는 손님이었다.
“아니 근데 왜 이렇게 유통기한이 짧아, 언니?”
그분이 우유를 집어 들면서 물었다. 이럴 때는 그냥 어색한 미소를 띠며, 조용히 있는 게 좋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더니, 음료수 진열대로 가서는 CU에서 파는 보라색 뚜껑의 2L 물을 가져왔다. 그때는 ‘‘900원 할인’ 행사 기간이었다.
“1,200원입니다.”
“아니, 900원 아니에요? 저기에 그렇게 써져 있던데?”
“아, 그건 900원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말이에요.”
이런 상황들은 매우 자주 있는 일이다. 손님 중 몇몇이 할인을 한다는 걸 가격으로 생각하고 가져오시는 분들이 있다. 대부분 저렇게 대답하면, 머쓱해하시며 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하지만 이분은 보통분이 아니었다.
“아니 그렇게 꽂아놓으면, 안되지. 사람들 헷갈리게.”
내가 민망한 듯 웃고 있자.
“아니 근데 물을 무슨 그렇게 비싸게 팔아.”
라며 혼잣말을 또 내뱉었다. 솔직히 화를 내고 싶었지만, 참았다. 손님이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소주 3병을 가지고 오시더니, 봉투를 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봉투 가격을 찍었는데
“아니 봉투 가격을 받아요?”
“네, 요즘 친환경 정책 때문에 가격을 꼭 받아야 해요.”
“아니 저번에는 안 받았는데, 무슨 봉투 값을 받아?”
“저희가 꼭 받아야 해서요.”
“됐어, 됐어! 봉투 주지 마요.”
한바탕의 소란이 있고 난 후에 그 아주머니는 자신의 품에 소주들을 품고 나가셨다. 그 손님은 매일 오실 때마다 봉투를 공짜로 달라며, 화를 내시는 분이었다. 이런 상황들이 너무 반복되다 보면, 너무 힘들고, 편의점 이미지에 타격이 가서 어쩔 수 없이 공짜로 드리는 상황도 생기곤 한다.
또 어떤 날은 노부부가 손님으로 온 적이 있다. 두 분이 수입맥주 여러 개를 바구니에 담아서 오셨다. 봉지가 필요해 보여서
“봉투 필요하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니 이렇게 사람이 2명밖에 없는데, 이걸 다 들고 가라고?”
“앗 그러네요.”
나는 최대한 웃으며, 머릿속으로 ‘참을 인’ 자를 새겼다. ‘참을 인’ 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다. 편의점의 이미지가 망가지면 안 되니까. 라면서 분노를 조절했다.
솔직히 처음 두 분이 들어왔을 때는 부러웠다. 나도 미래에 저렇게 부부끼리 행복하게 장도 보고, 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할아버지의 태도로 순식간에 이미지가 변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이미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다. 태도 한 번으로 이미지가 변하는 게 마치 선한 연예인이 한 번의 실수로 나락을 가는 것과, 주변의 친구 중 착한 사람 한 명이 한 번의 잘못으로 왕따를 당하는 것, 들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나도 친구에게, 그리고 편의점에서 손님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하는 하루가 됐다.
다음 내용으로는 잼민이들. 귀엽지만, 킹받게 하는 잼민이들의 이야기들을 다룰 생각이다.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귀여우니까 봐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