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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즐거움

어떻게 일을 하는가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



등반가라면 산에 오르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짜내야 할 때, 성악가라면 높고 낮은 성부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어야 하는 까다로운 노래를 불러야 할 때, 뜨개질하는 사람이라면 자수의 무늬가 이제까지 시도했던 그 어떤 무늬보다 복잡할 때, 외과의사라면 순발력 있는 대응을 요구하는 수술이나 새로운 기법을 도입한 수술을 할 때, 바로 그런 경험을 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몰입'이란 심리학 용어는 이 책의 저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교수가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하여 정의한 것으로부터 유래된다.  우리가 삶에서 추구해야 하는 것은 행복보다도 몰입의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 주는 것은 행복감이 아니라 깊이 빠져드는 몰입이라는 뜻이다.  삶의 질을 찾는 방법을 저자는 몰입의 경험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진정한 행복감은 몰입이 끝나고 난 뒤에 찾아오는 감정이다.  몰입 뒤에 오는 행복감은 스스로의 힘으로 완성된 것이기에 그만큼 자신의 의식을 고양시키고 성숙시킨다.  타인이나 외부의 상황에 대한 의존도로 이루어진 것은 수동적인 만족감이다.  따라서 나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내어 무언가에 푹 빠져 몰입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그는 ESM(Experience Sampling Method, 경험표집방법) 등의 연구 조사 결과를 토대로, 우리가 어떤 때 행복하거나 즐거워하는지 또 어떤 때 몰입의 경험을 하는지 면밀히 살펴보았다.  몰입에 대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연구라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게 읽히는 독서였다.   


삶의 질은 어떤 일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  어떤 활동을 할 때 가장 가치 있는 경험이라 느끼는 가에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의 연구조사결과 몰입의 경험에는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었다.


첫째, 명확한 목표가 있을 때 몰입 가능성이 높다.

둘째, 활동의 결과가 빨리 나타난다.

셋째, 도전적인 과제와 자신의 실력에 균형이 잡혔을 때 몰입이 발생한다.


생산, 유지, 여가 활동 시 우리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만약 그 비밀을 찾아낸다면 삶을 이해하고 삶의 질이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일을 줄이고 싶어 하는 인간의 특성상 생산활동(일 또는 공부) 시 몰입의 경험이 낮게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연구결과에서는 행복감은 낮으나 집중력과 몰입이 높게 나와서 흥미로웠다.  그 이유는 난이도와 실력이 수준이 비교적 높을 뿐만 아니라 목표도 명확하고 효과도 즉시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일은 줄이고 싶어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높은 성취감과 몰입 경험을 가져다주는 활동이었다.


반면 가사, 운전, 식사등은 행위 자체에는 행복감과 의욕이 높았으나 인지활동 수준이 낮아서 몰입하지는 않게 나왔다.  여가 활동 중 수동적 여가활동(TV시청 등)은 즐거움 외에는 몰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능동적 여가인 운동, 악기, 영화 보기 등은 행복감이 높았고 의욕과 집중력이 높게 나왔다.  몰입은 능동적 여가활동에서도 경험할 수 있었다.


창조적 개인의 삶은 능동적으로 몰입을 경험할 때 찾을 수 있다.

사람이 평생 쓸 수 있는 시간 중 3분 1을 일하며 보낸다.  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일의 경험을 통해서 몰입을 경험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좌우된다는 것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일을 통해 느끼는 경험의 질이 생각밖으로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보상이 따르는 활동구조이기도 하다.


몰입을 체험할 수 있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일하기(생산활동)를 사람들은 왜 싫어할까? 그것은  하나마나한 일을 한다는 불만, 지겨운 일을 되풀이하는 권태, 상사나 조직의 과도한 요구로 인한 스트레스, 인정 불만, 자기 일에 대한 만족도 저하 등등.. 보수나 안정성 보다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크건 작건 조직의 환경은 비슷하다면 우리는 사고의 틀에 변화를 줘야 한다.  저자도 강조하고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한 경험자로써 동의하는 생각이라면 이때 필요한 가치관은 '주인의식'이다.  주인의식은 몰입으로 가는 단초다.  자신의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외부적 판단 역시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노력하지 않으면 지겨운 일은 계속 지겨운 일로 남게 마련이다.  어느 한구석도 소홀히 하지 않는 성실함으로 직무에 임하면서 이런 조치는 과연 필요한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정말로 필요한 일이라면 더 잘,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할 수는 없는가, 어떤 조치를 곁들여야 내가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더 가치가 생길 수 있는가를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는 일, 주인의식이 있다면 아무리 사소한 위치에 있더라도 전보다 살 만한 곳으로 바꿀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자기 일을 묵묵히 하면서 주변의 무질서를 줄이는 데 이바지한다는 것'이라 표현했다. 일에 대한 호기심이 성취 욕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노력부터 시작하면 좋다.  


사람은 누구나 의무감이건 필요에 의해서건 내키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지만 자기가 하는 일은 대부분 중요하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라면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보상이 되기에 물질적 수혜나 재미, 쾌감, 권력등의 보상이 없더라도 일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율적이고 독립적 이어서 외부의 어떠한 위협에도 당당하다. 이처럼 몰입을 경험하고 즐기는 사람을 저자는 '자기 목적성을 가진 사람'으로 표현했다.


자기 목적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통제하는 힘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열정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사람이다.  일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때 자기 목적성을 가진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결국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려면 자기 목적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삶을 살고자 우리는 노력한다.  그러한 삶의 과정에서 가치 있는 몰입의 경험은 자기 행동의 주인의식을 가지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개인의 삶의 질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토대 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이 인격의 시작이다.  일에 대해 압박으로만 느끼는 사람에게 전환의 시도로써 권하고 싶은 책이다.




<몰입의 즐거움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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