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인간에게 '내일'을 약속하신 적 없다고 합니다. 이 말은 부정적이고 우울한 말이 아니라, 우리의 지금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코코 샤넬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럭셔리의 반대말은 천박함이 아니다. 럭셔리의 반대말은 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명품은 한정판으로 내놓고, 심지어 재고는 싸게 안 팔고 폐기시킨다고 합니다.
인간의 시간이야 말로 가장 한정적이고, 심지어 내일을 보장하지도 못합니다. 저는 인간이 가장 럭셔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판 시간을 불행과 고통에 매몰시키거나, 혹은 아무런 의미 없이 흘러 보내 버립니다.
저자 김창옥 씨는 언젠가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듣기에 안정적인 낮은 중저음과 잘 생긴 외모에 다양한 표정을 가진 그는 전달하려는 주제를 유머와 함께 일상의 언어로 유쾌하게 전달한다. 한바탕 웃으면서 집중하다 보면 그의 호감도는 저절로 상승한다.
그 후 자연스럽게 그의 네트워크망에 걸려 여러 동영상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는 주로 자신의 가족사, 경험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부딪치고 만났던 소재를 꺼냄으로써 더욱 편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그는 철학자도 심리상담사도 아니다. 따라서 그의 이야기는 확실한 철학적 근거를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입증하기엔 부족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적이고 서민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생각해 봤는데 그 이유는 고통과 상처, 슬픔이 가득 찬 가정사(가정폭력, 청각장애 아버지의 소통부재)를 몸으로 극복함으로써 내면의 성찰을 얻은 이유로 보인다.
'부모가 반팔자'라는 말이 있다.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는 중요한 요소란 뜻이다. 하지만 성찰의 시간을 통과한 사람은 부모님의 유전적 잔재를 원망하지 않는다.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고 태어나지 않았듯이 부모라는 존재도 존재하고 싶어서 부모가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의 삶을 부모의 원망으로 채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기억나는 강연이 있다. 폭력적인 청각장애인 아버지와의 불통의 성장기를 보내면서 그는 아버지를 많이 원망했다고 한다. 그러다 자신이 아버지가 되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면서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리고,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시각장애는 세상과 단절이라면 청각장애는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단절을 의미한다. 타인의 말이 들리지 않기 때문에 느낌으로 이해할 뿐이다. 묵뚝뚝해지는 것이다. 책 속에 '사랑 언어 번역기'라는 글을 읽을 때 나는 돌아가신 저자의 아버지의 이야기였음을 눈치챘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사랑의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세상의 아버지들을 이해해 주라는 이야기였다.
너무나 일상적인 말들이라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 들으면 일상의 언어가 사랑의 언어로 번역되어 들릴 거예요. '밥 먹었냐'는 건 '사랑한다'는 말이고, '올 거 없다'는 건 '그립다'는 말이고, '별일 없냐'는 건 '내가 널 항시 걱정한다'는 말이고, '그런 건 쓸데없이 뭐 하러 사주냐'는 건 '네가 힘들 게 돈 버는 게 안쓰럽고, 항상 고맙다'는 말이라는 걸요.
탄핵정국 속에서 솔직히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상의 편안함, 보통의 안정감을 깨트린 혼란스러움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그의 책을 들었다.
이 책엔 김창옥 저자의 삶의 이야기가 80여 개 담겨있다. 모두 솔직하고 따뜻하다. 그중에서 나는 지금 힘든 시간을 견디는 사람일지라도 웃으며 긍정적으로 버티라는 말들이 참 인상 깊게 읽힌다. '살면서' 버티라는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지금 우리는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동안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연말이 더욱 춥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웅크리고 있지 말자. 글에서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빗속에서도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제가 좋아하는 경구입니다. 다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삶에 폭풍우가 몰아치고, 슬픔이 차올라 둑이 무너질 것 같을 때가. 버터야 하지만, 그냥 버티면 안 됩니다. 웃고, 깨닫고, 감동받아서 울고, 좋은 자연의 공기 마시고.. 그렇게 '살면서' 버텨야 합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